[이슈in] 카불만 남았다… 20년 세월 물거품 만든 아프간의 ‘공허한 힘’
[이슈in] 카불만 남았다… 20년 세월 물거품 만든 아프간의 ‘공허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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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칸다하르에서 탈레반과 아프간군 간의 교전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를 보고 있다. 아프간의 2, 3대 도시 칸다하르와 헤라트에 이어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가 차례로 탈레반 손에 넘어가고, 잘랄라바드까지 점령을 당하면서 마지막 대도시 수도 카불은 완전히 포위된 상황이다. (출처: 뉴시스)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칸다하르에서 탈레반과 아프간군 간의 교전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를 보고 있다. 아프간의 2, 3대 도시 칸다하르와 헤라트에 이어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가 차례로 탈레반 손에 넘어가고, 잘랄라바드까지 점령을 당하면서 마지막 대도시 수도 카불은 완전히 포위된 상황이다. (출처: 뉴시스)

탈레반, 수도 빼고 다 장악

카불 공격도 시간문제

미군 철수 의지 변함없어

103조원 들여도 사태 원점

중앙아시아 안보 위기

[천지일보=이솜 기자]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던 반정부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 철수로 힘을 얻고 있다. 탈레반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프간에서 20년간의 전쟁을 끝내려 하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탈레반은 수도 카불 외 대도시를 사실상 모두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아침 카불과 인접한 동쪽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를 점령하면서다. 전날에는 아프간의 2, 3대 도시 칸다하르와 헤라트에 이어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발흐주 주도)까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탈레반은 이날 기준 아프간의 34개 주(州) 중 25개를 장악하고 있다.

카불에 대한 공격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폭력사태로 25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카불로 대피했다.

미국은 이번 주 카타르에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무력으로 이끌어낸 탈레반 정부는 외면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전장에서 연속해서 승리는 거두고 있는 탈레반은 협상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수년에 걸쳐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원조에도 외국 군대의 철수와 아프간군의 빠른 붕괴는 1989년 소련 철군 이후처럼 탈레반이 권좌에 복귀하거나 파벌 싸움으로 나라가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또한 미국과 아프간 참전용사들에게 지난 20년간의 피와 고통이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내 미국 요원들의 안전한 감출 등을 위해 기존 계획보다 1천명 늘린 5천명의 미군을 배치하기로 했다. 아프간전을 종식하기 위해 미군 철수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은 유지했으나 이번 재배치로 8월 31일 철군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탈레반은 누구인가

탈레반은 냉전 시대 미국과 파키스탄 정보기관들의 지원을 받아 소련군을 몰아낸 파슈툰족 게릴라 전사들로 출발했다. 파슈툰족 출신 반소련 저항세력의 지휘관인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1994년 범죄와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남동부 칸다하르를 위해 아프간 남부에서 창설했다. 탈레반이란 이름은 ‘학생’을 뜻하는 파슈툰어로 물라 오마르의 학생임을 지칭하는 것이다.

소련군 철퇴 후 혼돈한 아프간. 탈레반의 정의에 대한 비전은 그들이 권력을 잡는데 도움을 줬다. 1996년 가을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고 카불을 이슬람 에미리트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지배는 잔인하고 억압적이었다. 여성들은 아무런 권리도 없었고 교육도 금지됐으며 온몸을 덮는 옷을 입도록 강요받았다.

탈레반의 관심사는 아프간 지배에만 한정돼 있었지만 그들의 이념은 알카에다와 유사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은신시켰다. 그해 말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아프간 정부는 2015년 7월 말 오마르가 2013년 4월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 탈레반의 목표는 하나다. 2001년 그들이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철군 밀어붙이는 이유는

20년간의 아프간전에 대한 일관된 주제가 있다면 2001년 이후 미국이 880억 달러(약 103조원)를 들여 아프간군에 훈련과 장비화시킨 결과에 대한 과대평가, 탈레반의 잔혹하고 교활한 전략에 대한 과소평가다.

작년 11월 7일 바이든 대통령이 140만 현역 군대의 차기 사령관이 된 순간부터 미 국방부 관리들은 아프간의 미군 철수를 저지하기 위한 힘든 전투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국방부 지도자들은 이미 아프간에서의 신속한 철군을 원했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를 비난했다.

지휘관들은 아프간군의 고통이 결코 치유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깊은 부패, 밀린 임금 등으로 아프간 군인들은 무기는커녕 식량과 물도 없이 전선으로 보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런 문제들의 지속성이 아프간 정부와 군을 영구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믿음을 확고히 만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올 봄 대통령 집무실에서 그는 보좌관들에게 “1년, 심지어 5년을 더 (아프간에) 머무른다고 해서 큰 차이가 날 수도 없고 위험을 감수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수년 동안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노력에 깊은 회의를 품어왔다. 미군이 계속 주둔하면 아프간 정부가 미군에 의존, 자국 방위에 대한 책임을 질 날이 연기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정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아프간 전략을 지휘한 퇴역 장성인 더글러스 루테는 NYT에 “트럼프 정권하에서 우리는 급격한 철군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며 “10여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내 미군) 병력 축소를 압박하는 것을 본 모두는 그가 미군의 개입을 끝내기로 결심한 것이 분명했음을 알았다”고 전했다.

[가즈니=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남서부에 위치한 가즈니에 탈레반 기가 걸려 있다.
[가즈니=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남서부에 위치한 가즈니에 탈레반 기가 걸려 있다.

◆뭉치는 중국·러시아

아프간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자 주변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는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들의 핵심 이익이 걸린 중앙아시아 5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의 정세 불안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은 중국 서부 신장과 긴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5국에는 약 100만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중앙아시아에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 무역권을 위해 지역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고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역내 인프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아시아 안보위기가 공동 군사 개입까지 촉진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관측통들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공통된 우려가 중국과 러시아를 더욱 긴밀한 대테러 협력으로 내몰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러시아군은 지난 주 중국 북서부에서 대규모 대테러 합동훈련을 가졌다. 현재 중국 닝샤 후이족 자치구에는 양국군 1만여명이 포병, 항공기, 장갑차와 함께 배치돼 있다. 양국은 이번 훈련에 이어 9월 중순에도 러시아 오렌부르크에서 대테러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권성장·SNS… 탈레반 통치 의문

탈레반이 파죽지세로 공격을 가하면서 이들의 아프간 집권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의 통치 하에서 아프간 주민들의 삶이 예전과 같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전과 같이 아프간을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억압적으로 통치할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거 20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시민 사회가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카불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도 공직에 섰으며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로 언제든, 누구든 바깥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변화된 인구를 통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SNS를 통해 세상에 더 연결되고 ‘이봐, 왜 우리는 그런 삶을 살 수 없을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원주의를 믿고 권력의 독점을 믿지 않는 사회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탈레반의 폭력이 어느 정도까지 그 목소리를 잠재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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