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수단체 광복절 행사 봉쇄
국민혁명당, 도심 기자회견 ‘강행’
길 가던 시민들 “너무 불편” 호소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우리는 ‘1인 시위’하러 온 게 아니라 ‘걷기’하러 온 거라고! 길을 왜 막아!” “불법 집회·시위 신고가 들어온 상황입니다. 돌아서가세요.”
연일 2000명대 안팎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 속에 14일 서울역을 비롯해 광화문광장, 서울시청광장 인근엔 오전 이른 시간부터 경찰력과 경찰버스가 동원돼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곳곳에서 시위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이들을 제재하려는 경찰 간 마찰이 빚어졌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결국 도심에서 진행하는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곳곳에선 경찰의 눈을 피해 태극기를 반입하려다 가로막히는 일도 발생했다. 몇몇 회원은 취재진과 경찰에게 위협적인 언사를 하는 등의 마찰도 발생했다.
경찰은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광장 등에 펜스를 두르고 원천 봉쇄에 나섰고, 이에 가로막힌 시위자들이 산발적으로 항의를 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집회를 막기 위해 펜스와 차벽으로 도로 등이 차단되자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인도에 차단막과 펜스를 세워 길목을 막고 지나가는 시민을 멈춰 구체적인 방문지를 물었고, 회사명과 사원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81개소의 임시 검문소가 설치됐고 186개 부대 인력과 가용 장비가 동원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지시에 잘 따르면서도 “너무 불편하다” “사람이 다니는 길을 전부 막아버리니까 편하게 다닐 수가 없다” “이 시국에 무슨 집회냐” “짜증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길을 지나갔다.
자전거를 탄 한 시민은 펜스와 경찰 인력으로 이뤄진 벽에서 멈칫하다가 양해를 구하고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버스 정거장에서 펜스 너머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고개를 내미는 시민의 모습도 보였다. 경찰에게 막힌 길을 우회해서 가는 방법에 대해 묻는 경우도 종종 보였다.
펜스 안쪽에는 국민혁명당 당원을 모집하는 일부 회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몇몇은 경찰이 길목을 막고 시민들의 유동을 막는 것이 불법이라며 항의하거나, 찬송을 부르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탑골공원-종로3가역-동대문역 방향으로 코스를 변경해 1인 걷기 운동과 당원 모집활동을 진행했다.
국민혁명당 한 회원은 “국민의 알 권리와 자유의지를 표현하는 저항권에 대해 경찰이 공권력으로 막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시민들이 불안해한다는데 그것은 감기만도 못하다는 점에서 괜한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과의 마찰이 일기도 했다. 국민혁명당 회원들은 “우리는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걷기를 하러 왔다”며 “이곳은 자유대한민국인데 어째서 길을 막느냐”고 길을 막은 경찰에 항의했다.
경찰은 “특정 지역에서 불법 집회가 예정돼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며 “경찰은 법에 따라서 사전 예방을 위해 교통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도 전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국민혁명당은 “경찰이 인도를 막고 지하철역 대부분의 출입구를 봉쇄해 국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했다”며 “인권을 말살한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창룡 경찰청장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광화문역(5호선)과 시청역(1·2호선), 경복궁역(3호선) 등 서울 도심에 위치한 주요 역에서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지하철역도 일부 출구만 남겨놓고 대부분 폐쇄됐다. 시청역은 1호선 출구만 모두 폐쇄됐다.
서울시도 청와대로·세종대로·새문안로·을지로 등 도심을 운행하는 버스노선 49개가 현장 통제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되며 임시 우회된다고 공지했다. 율곡로와 자하문로, 세종대로 등 일부 도로도 부분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날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임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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