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타리카 대통령 “사퇴할 뜻 없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아프리카 남동부 말라위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각)부터 이틀 동안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최소 18명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21일 빙구 와 무타리카(77) 대통령은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무타리카 대통령은 이날 공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헌법이 지시하는 대로 정부를 이끌 권한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손안에 있다”며 “이 나라를 계속 통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반정부 시위대는 신이 아닌 패배하게 되어있는 악마에 의해 이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타리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재선에 성공해 말라위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으나, 국가 재정의 40%가량을 해외 원조에 의존할 만큼 외국 지원에 지나치게 의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 올해 외교전문 유출 사건으로 영국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돼 영국으로부터의 말라위 지원금 지급이 중단됐고, 이는 말라위의 연료 가격 급등 및 에너지 부족사태를 초래했다.

말라위에서는 지난 이틀간 전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사태로 18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숨지고 최소 22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현지 보건부의 헨리 침발리 대변인에 따르면 북부 도시 음주주에서 9명이 숨졌고, 수도 릴롱궤에서 6명, 경제 중심지인 남부 블랜타이어에서 2명, 탄자니아 접경지역인 카롱가에서 1명이 사망했으며, 이들은 골절이나 과다출혈 등으로 숨졌다.

현재 릴롱궤와 블랜타이어 등 말라위 최대 도시 두 곳에서 경찰 및 정부군과 시위대가 대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천여 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무타리카 대통령의 인권 탄압과 잘못된 재정 운용 등을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시위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모든 차이점은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중단하라고 무타리카 정권에 요구했다. 하이드 브롱키 풀턴 국무부 대변인은 “평화 시위를 막을 뿐만 아니라 민영 라디오의 시위 소식 보도를 금지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말라위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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