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생 40주년 기념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역시 양희은이다.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처음 선 그에게 신참의 떨림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그동안 불러왔던 노래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혹자는 자전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연기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자신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때 더욱 어려운 법. 양희은은 관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생계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던 양희은의 음악인생이 어느덧 40년이 흘렀다. 강산이 바뀌어도 네 번은 바뀌었다. 그간 그가 부른 곡들은 민중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에서 양희은, 양희경 자매의 돈독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두 자매는 과거의 모습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며 극을 이끈다. 당시 국민학생(초등학생) 시절은 두 자매가 직접 연기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장면에서는 ‘내 어린 날의 학교’가 흘러 나와 파릇파릇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자극한다.

뒤에 펼쳐지는 영상엔 ‘길’을 주제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는 인생 굴곡이 많은 양희은의 인생을 대변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가 멋진 탱고음악을 곁들여 춤을 추는 장면은 행복했던 두 자매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아버지의 외도로 행복한 시절은 산산조각 났다. 어린 양희은의 희망은 노래였다.

80년대 초 난소암으로 또 한번의 고비를 맞았던 양희은. 동생 양희경은 언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우리 언니’에 담았다. 당시 힘들어 하는 그를 위해 김민기는 ‘어디만큼 왔니’란 노래를 선물했다. 이번 뮤지컬은 그 노래에서 제목을 따왔다.

청년 양희은은 뮤지컬 배우 이하나(21)가 맡았다. 그는 양희은의 맑은 음색을 표현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년 송창식과 김민기 역시 젊은 뮤지컬 배우가 분해 동시대 음악 팬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양희은의 음악인생은 불혹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노래를 시작했으나 이제는 ‘즐기면서 행복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한다. 뮤지컬 끝 무렵엔 40주년 기념 콘서트 현장으로 무대가 바뀐다. 이때 울려 퍼지는 ‘상록수’는 양희은이 여전히 젊고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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