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가석방심사위 최종 통과

13일 가석방, 207일만

경제단체 “매우 다행”

시민단체 “특수계급 특혜”

취업제한·해외출장 등 제약

끝나지 않은 사법 리스크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13일) 가석방된다. 그간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찬반여론이 계속됐지만, 법무부는 이 부회장을 풀어주기로 결론냈었다. 경제·산업 단체는 가석방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논란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법무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 명단을 정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심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최종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석방되는데 이는 올해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산업계 전반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총수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 이에 현재 계획만 내놓고 실행되지 않았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등 대규모 투자에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TSMC와 인텔이 수십조 투자와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혔지만, 그간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잇따라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 동안 이렇다 할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증설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검토를 완료한 상태로 이 부회장이 승인하면서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선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16년 이후 없던 파격적인 인수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 기준 현금성 자산이 약 120조원에 달해 실탄은 충분한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할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원)에 인수한 이후 M&A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제단체들도 가석방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국들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최대기업의 총수인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복귀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면서 “금일 법무부의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이러한 경영계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엄중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결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 및 재도약에 대한 삼성의 견인차 역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들의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 가면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걸려있는 취업 제한이 그대로 적용돼 원칙적으로 경영 현장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출국 또한 자유롭지 않다. 해외 출장 시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출국 목적이 명확할 때만 승인이 떨어진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보다 더 나아가 특별사면을 요구해 왔다. 특별사면은 남은 형 집행이 즉시 면제돼 곧바로 경영복귀가 가능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DB

다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의 사면 결정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변은 “사회적 특수계급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변은 “가석방은 수형자가 참회하면서 성실히 형벌을 수행하는 경우 사회에 조기에 복귀시켜 올바른 시민으로서 살도록 하는 제도”라며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초범에 대한 가석방이 확대될 필요는 있지만,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는 것은 본래 가석방 확대 정책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범죄 사실은 삼성의 회자자금 86억원을 횡령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서, 이러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이 된다면 이는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법무부장관과 가석방심사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이재용 가석방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장관을 향해서도 “가석방 결정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런 특혜성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우리 사회에 퍼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인식을 다시 공고히 하는 결과”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 풀려나지만 ‘족쇄’를 차고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치열해진 글로벌 환경 ▲경쟁사들의 공세 ▲사법 리스크 ▲비판 여론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있어 가석방 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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