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9월 단절됐던 서해지구 군 통신선 복원을 위해 시험통화를 하고 군 관계자.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13년 9월 단절됐던 서해지구 군 통신선 복원을 위해 시험통화를 하고 군 관계자. (출처: 연합뉴스)

북한, 사실상 단절 택한 듯

北도발 가능성에 무게 실려

대북 해법엔 “본훈련 중단해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이 사흘째인 13일에도 남북한 당국 및 군 통신선을 이용한 우리 측의 통화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13개월만에 복구된 남북 간 통신선이 사실상 끊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당분간 경색 국면은 불가피할 모양새라 남북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통일부‧군 “북한, 통신선 무응답”

통일부는 이날 “오늘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업무 개시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도 “오늘 오전 9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정기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오전 한미 군 당국의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 돌입에 반발하는 담화를 낸 뒤, 당일 오후부터 현재까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통화에 답하지 않고 있다. 남북은 지난달 27일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한 뒤 하루에 두 번씩 개시·마감통화를 진행해왔다.

북한이 사실상 단절을 택한 셈인데, 앞선 대남 문제를 관장하는 두 당국자의 담화에서 ‘안보 위협’을 거론한 상황이라 도발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실제로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신전선부장의 담화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아직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바지선이 아닌 잠수함에서 쏘는 건 하지 않았다”면서 “도발에 나선다면 새로운 유형의 실험일 수 있고, 조금 더 낮은 단계라고 하면 새로운 잠수함을 보여주는 정도의 수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북한의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가중되는 경제난에다 코로나19와 수해로 인한 내부 문제와 앞으로의 남북미 관계도 고려할 때 올해 전반기 훈련 때 김여정 부부장이 언급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교류 기구들을 폐지하는 선에서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연합훈련(PG)[정연주, 이태호 제작] 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PG)[정연주, 이태호 제작] 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 사이 타협점은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긴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인데, 당장 대북관계를 풀 해법은 없는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도 일단 뱉어놓은 말이 있기 때문에 관계 복원을 위해선 구실을 찾아줘야 한다는 설명이 우세하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아주 민감해하는 북한과 훈련을 해야만 된다는 미국 가운데 우리가 끼어있지 않느냐”며 “양쪽에 그런 대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전반부 훈련이 내일까지니까 그대로 하고 후반부 훈련은 내용상 중단하는 조치를 정부가 오늘 내일 좀 내려야 되지 않나 싶다”고 제시했다.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선 복원을 합의할 때 약속을 안 했겠지만 북한이 ‘이 정도 하면 연합훈련을 적어도 금년치는 취소하든지 연기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가지고 나왔을 것”이라며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들이 오히려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해서 반전의 기회를 잡고 싶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과 보수 언론에서 늘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는 ‘북한 하명’ 논란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정 부의장은 “국가를 운영하는 마인드가 없는 사람들이다. 국가를 운영하려면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 입장도 우리 내부 사정도 다 고려해야 되고, 외교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해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북쪽의 얘기를 우리가 호응해 주면 하명법이니, 무슨 약점 잡혔느냐느니 이런 식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그런 식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날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시, 평화와 번영의 문으로’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연속 토론·강연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8.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시, 평화와 번영의 문으로’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연속 토론·강연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8.1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