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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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다. 교사 시절 비행을 밥 먹듯이 저지르며 부모의 속을 썩이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음주, 흡연, 가출까지 하는 학생의 부모라면 자식에 대한 실망, 분노, 걱정으로 피눈물로 밤을 지새우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아이가 꼬이기 시작했는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부부가 서로 양육 책임을 떠넘기다 보면 부부 사이도 극한으로 치달아 가정마저 파탄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대게 성장 과정에서 아빠나 엄마와 큰 갈등을 겪은 경우가 많다. 아빠의 강압적인 훈육, 엄마의 지속적인 학대나 방임, 다혈질적인 부모의 성격 등이 원인이다. 아이라면 할 수 있는 사소한 잘못에 불같이 화를 내고 체벌이나 막말을 일삼았다면 전적으로 부모의 잘못이다. 부모의 잘못으로 아이가 어긋났다면 부모가 먼저 반성하고 바뀌지 않으면 아이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부모나 집을 의지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아이들이 주로 비행을 저지른다. 이런 경우 왜 가출을 하는지, 왜 비행을 일삼는지, 왜 부모를 의지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등 원인 파악이 먼저다. 진심으로 아이에게 “무슨 일로 속상해하는지? 어떤 일이 힘든지?” 물어보고 소통하려고 해야 한다. 소통은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다. 아이의 행동이 밉다고 아이의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이야기하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

자녀와 소통은 어릴 때 말을 배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잘 들어주는 것이 출발점이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귀찮아하는 순간 아이는 입을 닫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연예인 등을 같이 공유하면 할수록 아이는 부모와 소통하고 있다 느낀다. 부모도 처음이라 어렵게 느껴지지만, 막상 해보면 익숙해진다.

가정에 소홀하지 않고 직장에 잘 다니며 돈을 벌어오는 것으로 아빠의 역할을 다했다고 자만하는 아빠도 원인이다. ‘나는 아빠로서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데 너는 자식으로 이것밖에 못 해?’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아이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분노하고 폭발하는 순간 소통은 단절된다.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이를 강요하기보다는 아이와 시간을 같이 보내며 아빠를 자신의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소통 상대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걸 부모에게 의지하고 도움받아야 하는 아이 처지에서 보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 소통이 안 되는 부모의 울타리가 감옥처럼 느껴진다.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면 얼마나 숨이 막히는지 생각해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에게 용서를 구해야 아이도 마음을 연다. 아이가 마음을 연 후 아이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고, 설령 이해 못 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부모가 참고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면 최소한 가출은 하지 않는다.

부모가 가난해 제대로 뒷바라지 못 해도 스스로 바르게 성장한 아이들은 부모와 좋았던 시간을 먼저 기억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 비행 청소년은 부모와 안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는 부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과보호 탓에 자기 존재가 벼슬인 줄 알고 아무리 잘해줘도 고마움을 모르고 투정만 한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기 원한다면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진심이 담긴 훈육을 통해 긍정적인 생각을 지닌 아이로 키워야 한다.

어긋난 자녀가 성경의 ‘돌아온 탕자’처럼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들려면 화 대신 눈물로 인내하며 사랑으로 기다려주면 가능하다. 아이의 비행에 체벌과 막말과 감정으로 대하면 아이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자식이 아무리 비행 청소년이더라도 부모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돌아온다. “부모는 항상 네 편이야. 어떤 일이 생겨도 두려워하지 말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란 말을 수시로 하며 부모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면 아이가 어긋날 확률이 줄어든다.

가장 중요한 농사가 자식 농사임을 늘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양육하지 않으면 그 리스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식, 부동산에 기울이는 관심보다 자녀에게 더 작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나 돌아봐야 한다. 아이가 어릴 때 ‘공부는 못해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심정으로 돌아가면 조금 더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다. 자녀를 바른 아이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같이 여행이나 체험학습을 다니며 친구처럼 소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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