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김연경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김연경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누리꾼들 “기가차다” 분노 폭발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도쿄올림픽에서 4위의 값진 성과를 거두고 귀국한 여자배구 대표팀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김연경 선수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에 대한 감사 인사를 거듭 요구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귀국길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유애자 경기감독관(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이 김연경 선수에게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된 거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시작됐다.

김 선수가 “아 네, 알고 있다”고 짧게 답하며 넘어가려 했지만, 유 감독관은 “금액을 알고 있느냐. 얼마?”라고 재차 물었고 잠시 후 김 선수는 “6억원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 감독관은 포상금을 지원한 한국배구연맹 조원태 총재,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 대한배구협회 오한남 회장 등을 열거한 뒤 감사 인사를 요청했고, 김 선수는 “이렇게 많은 포상금을 주셔서 저희가 기분이 너무 좋은 것 같다.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유 감독관은 이어 “우리 여자배구 선수들 활약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시면서 격려해주셨다”며 “특히 김연경 선수에 대해서 따로 국민들께 감명을 준 것에 대해 격려를 해주셨는데, 그것에 대해 답변해주셨나”라고 물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 선수는 당황한 듯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님한테 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유 감독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 기회, 자리가 왔다”며 문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재차 요구했고, 김 선수가 어이없다는듯 “지금 했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감독관은 “한 번 더 (말을 해 달라)”라고 압박했고, 결국 김 선수는 “감사하다”고 재차 말해야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시청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안 그래도 피곤한 선수 붙잡아 놓고 포상금 얘기를 꺼내고, 또 문재인 대통령 얘기는 왜 시킨 것이냐”는 여론이 퍼졌다.

실제 기자회견 이후 대한민국배구협회 게시판에는 200개가 넘는 비난성 글이 쇄도했다. 누리꾼들은 게시판에 “배구협회는 당장 사과하라”, “첫 인터뷰가 포상금 감사 강요라니”, “실시간으로 보다가 기가 찼다”, “영광은 선수들의 것이지 본인들의 것이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 민성훈 청년특보는 논평에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9일 귀국한 여자배구팀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 강요와 포상금 생색내기에 시달렸다”며 “사회를 맡은 유모 경기감독관은 역대 최고의 포상금이 준비됐다며 김연경 주장에게 굳이 액수를 언급하도록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틀에 박힌 구시대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민에게 기쁨과 위로를 드린 우리 영웅들을 환영하는 것보다 대통령에게 몇 번씩 인사하게 하고, 포상금 준 사람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커지자 배구협회 측은 “사회자의 직설적인 성격이 그대로 노출된 것 같다. 나쁜 뜻은 아니었다”면서 “대통령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강요했다기 보다는 표현 방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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