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연합뉴스) 북한 핵외교의 핵심인물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2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ARF를 무대로 한 남북간 외교전이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
리 부상의 등장은 현 국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명목상의 외교수장 역을 맡고 있는 박의춘 외무상과는 달리 북한 핵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실세'가 ARF 외교전에 가세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리 부상은 그동안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김계관 부상이 지난해 9월말 제1부상으로 승격되면서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져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참사였던 리 부상은 부상으로 승진했다.
물론 리 부상이 ARF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ARF에 얼굴을 내보였던 리 부상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ARF에서 차석대표(참사)로 활동하며 천안함 사건과 북핵문제와 관련한 외교적 대응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리 부상이 '부상'으로 이번 ARF에 참석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양자ㆍ다자접촉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그는 특히 유창한 영어구사 능력에다 세련된 외교매너로 서양 외교관들에게도 '통(通)'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점은 리 부상의 ARF 참석이 남북간 고도의 교감 하에 이뤄졌을 개연성이다. 리 부상은 당초 북한이 통보한 공식 대표단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으나 아세안 연례장관 회의 개최가 임박한 시점에서 뒤늦게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가 가장 눈여겨보는 관전포인트는 리 부상과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회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이다. 리 부상이 사실상 6자회담 수석대표 직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두 사람이 만날 경우 '남북 비핵화 회담'이 성사되는 효과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재 남북 비핵화 회담을 출발점으로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방안에 탄력을 주면서 전반적 6자회담 재개흐름에 강한 추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두 사람의 '윗선'인 김성환 외교장관과 박 외상이 비공식적으로 나마 조우를 한다면 남북간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상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발리로 집결한 언론과 외교가의 시선은 온통 리 부상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