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기조 변화기류…北도 대화여지 남겨
李대통령 8·15경축사 분수령될 듯

(서울=연합뉴스) 최근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 조짐을 보이면서 꽁꽁 얼어붙은 한반도에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우선 정부의 전반적인 기류를 살펴보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 대북정책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남북관계의 중대변수로 꼽혀온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해 대북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채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민간단체가 신청한 대북지원용 밀가루 반출 승인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정부는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제재 내용을 담은 5·24 조치를 내놓은 이후 지금까지 쌀과 밀가루의 대북 반출은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북한에 `기피인물'로 낙인된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대북정책을 큰 틀에서 바꿔야 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예방하고 한반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를 경색 상태에서 계속 끌고 가기는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

이렇듯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최근 동향도 면밀히 살펴보면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들이 더러 보여 눈길을 끈다.

사실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정한 북한으로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지난달 초 남북간 비밀접촉을 공개하고 거친 표현으로 남측을 비난해왔지만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있다.

남북이 금강산관광 지구 내 `재산정리'를 협의하기 위해 13일 금강산 현지에서 만난 자리는 1차 만남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게 남측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북한이 오는 29일까지 '정리된 입장을 가져오라'며 일종의 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1,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뤄낸 6·15선언과 10·4선언을 부쩍 강조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의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0일 `북남공동선언은 조국통일 3대 헌장의 빛나는 구현'이라는 기사에서 "북과 남, 해외의 온 민족이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정당성과 생활력이 남김없이 발휘된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여기는 6·15와 10·4선언에 입각한 대북 접근이면 언제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현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적극적 메시지를 보내고 북한이 이에 화답하면 남북관계는 개선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 외교안보라인의 쇄신,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이뤄지면 남북관계는 일대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21일 "북한도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부의 메시지에 따라 북한도 진지하게 관계 개선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는 한반도를 대화 국면으로 견인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을 비롯해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한반도 관련국간 다양한 양자 및 다자접촉이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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