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대성당에서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천주교 대구대교구 2019 사제 서품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년 1월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대성당에서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천주교 대구대교구 2019 사제 서품식이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한국SOS어린이마을 대표이사
“근거 없는 모함” 혐의 부인

뿔난 대구 34개 시민단체들
“성역 없는 신속한 조사하라”
경찰조사 후 징계수위 결정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천주교대구대교구 산하에 있는 한국SOS어린이마을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대표이사 A신부가 오는 6일자로 직무에서 배제되고 대기발령 조치된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사무처장을 맡기도 했던 고위직 사제였던 신부는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 신입직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신부는 회식자리에서 직원 B씨를 옆자리에 앉힌 뒤 옆구리와 허벅지 등을 만진 의혹이 제기됐다.

신입 직원 B씨가 성적수치심을 느껴 자리를 피하자, A신부는 다른 여직원 C씨 신체 일부를 만지고 귓속말로 “나도 여자 좋아해”라고 말하는 등 성추행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직원들은 평소에도 A신부가 여성 직원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만지는 행위가 잦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성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인 신입 직원은 즉각 문제를 제기했지만, 진상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 직원은 결국 퇴사했다.

보도를 통해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천주교대구대교구는 A신부와 관계자들을 만나 자체 조사를 벌였다. 조사 후 서로 간의 진술이 엇갈리고 A신부가 근거 없는 모함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의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당 신부를 8월 6일자로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경찰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수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천지일보는 2일 이번 논란에 대해 한국SOS어린이마을 측의 입장을 물었다. 이 단체는 “저희도 기사를 보고 해당 사건을 접한 것이어서 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당시 피해 직원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문제 제기를 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시 피해 직원의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에 대해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라는 언론에서는 “인수인계 업무 등으로 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A신부는 6일부터 직무에서 배제돼 공동사제관으로 가서 대기하게 된다. 경찰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춰 천주교대구대교구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을 예정이다. 성추행 혐의를 받는 A신부에게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최종적으로 어떤 처분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공석이 된 대표이사 자리에는 본부장 신부가 새로 임명됐다.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신부의 일탈로 물의를 빚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에는 60대 신부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행패를 부리다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하고 뺨을 때린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구대교구는 해당 신부에게 정직 발령을 내고 경북 김천 모처로 보냈다.

잇따른 신부들의 일탈 행위에 대구경실련,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대구 경북 34개 시민단체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행패를 부리다 경찰을 때린 혐의로 7월 12일 벌금 300만원을 받은 B신부를 교구가 정직 처리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 한국SOS어린이마을 이사장 A신부의 성추행 입건은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성토했다.

이어 “당시 피해 여성 한 명이 피해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게 알렸으나, 이 사건은 2~3년 묵혀 있다가 사건화됐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천주교대구대교구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사업장의 폐쇄적 운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범죄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A신부에 대한 성역 없는 경찰의 신속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SOS어린이마을은 천주교대구대교구 산하 기관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를 지원하는 국제 민간사회복지기구다. 대구에서 아동복지시설과 유치원 등 7개 기관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2개 기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대구뿐 아니라 서울과 순천에도 사업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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