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덕궁의 돈화문. 창덕궁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 박정희 정권 이후 복원이 진행되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기계적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 복원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기계적 복원 아닌 본질의 가치 찾아야”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창덕궁의 본래 모습과 가치를 현장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재구성하고 재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4일에 열린 ‘창덕궁, 아름다운 덕을 펼치다’ 특별전시회 기념 강연회에서 홍순민 명지대 교수는 “창덕궁 복원은 아직 온전치 못하다. 복원된 건물이 ‘과연 저랬을까’란 의문이 드는 것이 적지 않다”며 “기계적인 복원보다 창덕궁의 본질과 본연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대한제국과 함께 창덕궁의 수난이 시작됐다. 당시 순종은 황제의 지위와 칭호를 잃고 ‘창덕궁 전화 이왕(李王)’으로 불렸다. 순종 당시 일본은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박물관·표본실 등 볼거리를 제공해 창경원과 비원(秘苑)으로 격하시켰다. 이 외에도 소실된 건물을 경복궁의 대전 강녕전과 중궁전 교태전을 헐어 희정당, 대조전으로 짓는 등 원형을 훼손시켰다.

홍 교수는 “원래 건물과 크기나 형태가 다른 건물을 옮겨 놓고 부속건물은 원래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로 건축했다. 창덕궁 내전 일대는 완전히 제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해방 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창덕궁은 놀이터나 관광지, 행사장과 촬영장 등으로 제 모습을 잃어 갔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 이후 문화재 복원 바람이 불면서 창덕궁 내전도 사료에 따라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비원보다 창덕궁이란 이름이 익숙해졌고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될 만큼 가치를 인정을 받았다.

학계는 창덕궁의 복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홍 교수는 “계속 건물을 복원하는 것만이 복원이 아니다”며 “활용을 앞세워 본질을 뒤로한 채 관광지와 경제적 이득의 수단으로 창덕궁을 이용하고 있는지 당국과 학계는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관리 정책이 입장 수입이나 관람객 수효를 늘리는 게 아니라 문화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교수에 따르면 건물만 늘리는 기계적 복원이 아닌 창덕궁 본연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 공유하는 작업이 우선시 돼야 한다. 본연의 가치를 문화적으로 활용해 관람객에게 이해와 감동을 주는 것 또한 절실하다.

그는 “창덕궁을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일은 가치를 활용하는 작업의 시초”라며 “(박물관 전시는) 현장에서 보거나 생각할 수 없는 궁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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