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18년 동안이나 집권하며 한국 현대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에 대해선 누구나 동의하지만 그에 관한 관념적이고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박정희 정권을 다룬 책은 많았지만, 저마다의 이념적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섣부른 판단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평가’를 가급적 자제하고 박정희 정권이 탄생하고 붕괴한 과정을 ‘사실’ 위주로 설명한다.

책은 1961년 5.16쿠데타와 박정희 정권의 출범을 이해하기 위해 10여 년간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아울러 1979년 10.26사태와 박정희 정권의 몰락 후에 2~3년간의 정치적 후폭풍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의 제2부 ‘유신체제’는 박정희 정권이 통과시킨 유신헌법에  주목한다. 박정희 정권은 1961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1971년까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각각 3번씩 치렀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선동하는 데 선거가 악용된다는 인식에 다다른다. 그는 이런 사고 체계를 바탕으로 ‘유신헌법’의 통과를 감행한다.

저자는 일단 ‘유신헌법’이 제정된 과정은 분명히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개정안을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공고하고,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그 다음에 국민투표에 붙여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은 성명 하나로 국회를 해산시키고, 헌법의 주요 조항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나서 비상국무회의로 하여금 국회의 권한을 인수하게 하고 곧바로 국민투표에 붙였다.

책의 저술 의도에 따라 저자는 이 정도 평가에서 머문다. 사실 이 유신헌법 통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저자는 단지 “유신헌법 통과가 프랑스에서 드골이 제5공화국 헌법을 제정한 과정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는 객관적인 사실 위주의 설명을 덧붙일 뿐이다. 나머지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마무리 글을 통해 “모든 성과는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병폐가 박정희 정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책임을 과거로 끌어올리려고 애써서는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당부도 남긴다.

이윤섭 지음 / 필맥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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