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소 소장 박영렬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소통은 사랑… 협력 이끌어내는 겸손”
희생‧솔선수범이 상대 마음 여는 열쇠

소통과 사랑을 몸소 가르치는 박영렬 교수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교수는 학생을, 편집장은 기자를, 위정자는 국민을, 고참은 졸병을 사랑하는 것이 소통의 유일한 길이다.” 박영렬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는 “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을 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박 교수는 육군 본부 근무 당시 한 내무반장의 희생과 솔선수범에서 소통과 사랑을 배웠다.

다른 고참 상사들은 신병들이 담요도 개주고 식기도 닦아주는데 그 상병은 달랐다. 한 사람이 그렇게 모범을 보이니 다른 사람들도 변하기 시작했고 주변에 그 분위기가 조용히 번져갔다.

힘들고 귀찮아도 구성원들을 위해 희생하고 본이 되는 것이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창조해가고 변화시켜간다는 것을 일찍이 체험한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몸소 이를 실천해 보이며 행동으로 교육하고 있다.

박 교수는 그가 교육하는 과목 중 ‘다국적 기업’에서 그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이 어린이 교육이나 노인 목욕시키기 등 봉사활동을 한 후 제출한 리포트로 성적의 10%를 평가한다.

어렵게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희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것을 ‘연세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주간 시절 추억

박영렬 교수가 연세대학교에 와서 교수 일 외에 처음으로 임명받아 한 일이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주간이었다.

“왜 자신에게 그 일이 주어졌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박 교수는 “주로 인문대나 사회과학대, 신문방송통신 분야 교수들이 주간을 맡는데 경영학과 교수로서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을 일기장에서 꺼내어 조심스레 보여주듯 했다.

2년 동안 매주 토요일 학생기자들과 의견을 나누며 일요일 새벽까지 으레 밤을 새웠다. 당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재미있었다는 박 교수는 그때의 추억을 ‘세러데이 나잇 피버(Saturday Night Fever)’라고 표현한다.

열정적인 토요일 밤! 남들은 가족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그 시간, 2년 내내 박 교수의 꿈은 토요일 밤 다 같이 나가서 저녁을 먹고 퇴근하는 것이었는데 그 꿈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생기자들과 날이 새도록 의견을 조율하며 관점의 차이를 좁혀가는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그 가운데 서로 이해와 소통, 사랑을 배웠다. 그때 느끼고 깨달은 것이 소통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많은 시간을 나눌수록 빨리 소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년의 교수가 보기엔 아직 어린 학생들은 삶의 지혜가 부족해 보였고 뭔가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향방 없이 어딘가를 떠도는 것 같았다. 박 교수는 “내가 학생들이 다 안다고 전제하고 말을 하니까 안 통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하나씩 배워나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교수는 그 시절 함께했던 학생들 중에 현직 기자, 미스코리아, 미스유니버스도 있다며 목에 힘주어 자랑한다.

부드러운 겸손의 리더십이 협력 이끌어내

백기범 동서문제연구원 부장은 박영렬 원장에 대해 “학교 재정을 위해 모금운동도 서슴지 않고 대외협력 면에서 많은 공로를 세웠다”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먼저 스스로 낮아지는 겸손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교내에서 탈권위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원이나 학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평등한 동지 같은 입장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런 박 원장이 일에 대해서는 욕심이 무척이나 강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전초롱(연세대 4년) 학생은 “정말 부지런하시고 확실하게 일하시는 스타일이세요. 하지만 학생들을 대하실 때 성격은 참 자상하세요”라고 말했다.

연구원에 온 지 며칠 안 됐다는 안희정 행정조교(연세대학원 1학기)는 박 원장에 대해 “첫인상이 참 좋으셨어요. 힘드실 텐데도 토요일에도 정열적으로 일하신다”며 “평소에 학생들의 사소한 것까지 신경써주시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있다”고 전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는 세계를 연결하는 창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새천년관은 등산하는 기분으로 동산 하나를 넘어야 보일까 말까 할 정도다. 녹음의 싱그러운 향기를 실컷 마시며 씩씩하게 걷다가 등에 땀방울이 한 줄기 흐르고 지칠 때쯤 되면 보이는 건물이다.

그 건물 7층에 위치한 동서문제연구소, 그곳에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한 박영렬 교수가 있다.

박영렬 원장이 리드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IEWS; Institute of East and West Studies)’은 1972년 개원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와 세계를 연결하는 창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세계 각 지역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활발한 국제 교류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면서 연세대의 국제화를 이끌고 있다.

또 이곳은 국제 SSCI저널인 GER(Global Economic Review)을 발간하고 Yonsei-Seri EU Center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수준의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GER은 동서문제연구원과 영국 Taylor & Frascis가 공동 출판했다. 또 이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동서연구’는 학술연구재단 등재후보지로 정치 경제 경영 사회 문화 등에 대한 지역 연구와 학제 간 연구를 포괄하는 사회과학 전문학술지다.

‘연세SERI-EU센터’는 2009년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이 센터는 연세대학교와 삼성경제연구소 간 전략적 파트너십 아래 EU에 대한 연구와 교육, 네트워킹의 허브를 지향하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EU에 대한 관심을 보다 폭넓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영렬 원장은 이 동서문제연구원의 운영 계획에 대해 “향후 지역 연구는 물론 환경, 자원, 국제 개발 협력, 리스크 관리 연구에 역점을 두어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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