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정치 논쟁 된 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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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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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는 고대 삼국 가운데 어떤 나라였을까. 삼국사기를 엮은 김부식의 사론을 보면 결국은 망하게끔 돼 있는 나라라고 정의한다.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의 안이한 안보관에다 황음이 패망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백제본기 의자왕조의 마지막 기사는 거짓 역사, 즉 위사(僞史)라는 지적이 많다. 의자왕은 해동증자라고 불릴 만큼 인자하고 효성이 극진한 인물이었다. 신라통일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망한 역사로 꾸민 것이다.

5세기 말엽 고구려 장수왕이 침공해 한성 백제를 멸망시키기 전 백제는 가장 강성했다. 한강 위례성에 왕도를 세우고 약 4백년간 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개로왕은 국력이 강한 것만을 믿고 대비를 소홀히 하다 위례성을 잃은 것이다.

아들 문주는 황망한 가운데 웅진(공주)으로 천도했다. 성왕은 대륙의 양(梁)나라와 가장 밀접한 우호를 터 불교문화를 적극 수입했다. 일본과 국교를 강화함으로써 동성왕-성왕대는 옛 국력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백제는 신라나 고구려 보다 더 우수한 문화력을 키워갔다.

성왕은 공산성이 왕도로 비교적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백마강변에 자리 잡은 부소산으로 왕도를 옮겼다. 고대 주나라의 왕도 설계도를 수용해 가장 멋진 왕경을 건설했다.

부소산에서 궁남지를 연결하는 주작대로를 건설하고 바둑판 같은 시가지를 만들었다. 부소산 기슭의 궁성은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며, 성안에는 양나라 수도 건강(建康, 지금의 남경)의 모습을 재현해 많은 사찰을 짓도록 했다. 그리고 국호를 백제에서 남부여로 바꾼다. 자신들이 남부여를 계승한 적통으로 자처한 것이다.

백제의 부활은 인국 신라와 고구려의 긴장 대상이었다. 신라는 대륙의 문화를 제일 늦게 수용함으로써 모든 면이 뒤쳐져 있었다. 서라벌에 사찰을 하나 지으려 해도 기술자를 백제에서 모셔 와야 했다. 6세기 중반 진흥왕은 이를 깨닫고 중국과 수교하려 했으나 남해 바다 길은 백제가 막고, 한강을 통한 서해수로는 고구려가 저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라의 살길은 오로지 대륙과의 교호를 통해 발전 된 문화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진흥왕대 신라군이 죽령을 넘어 고구려 세력을 축출하고 한강을 개척한 것은 바로 대륙과의 교호를 넓히기 위함이었다. 왕실의 딸들을 서로 교환 출가 시켜 혼인동맹으로 끈끈한 우호를 다짐했던 백제-신라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소백산 서남쪽인 금강 상류에서의 잦은 국경 충돌은 결국 큰 전쟁으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충북 옥천에서 성왕이 전사하는 불운을 또 겪어야 했다.

백제는 부여 천도 이후 무왕, 의자왕시기에는 다시 국력이 회복돼 신라의 많은 성들이 함락되기도 했다. 만주일대의 옛 남부여 지역에서도 백제에 호응, 부여국의 부활을 꾀하려 했다.

백제가 신라에 멸망당하지 않았으면 지금 한반도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가들이 많다. 일본은 백제의 지배를 받았을 것이며, 정교한 산업기술력은 큰 발전을 이루었을 것이다. 부여가 불타지 않았으면 일본 나라, 오사카의 고건축 장관을 능가하는 모습이었을 게다.

백제 멸망 후 3년간 처절한 복국 운동군의 저항은 반민족적, 반문화에 대한 저항이었다. 비록 나라는 잃었지만 우리 역사에서 백제부활의 강한 열망을 각인시켰다.

요즈음 여권의 대권 유력후보가 ‘백제는 계속 지기만 한 나라였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역사를 정치판에 끌어들인 것도 적절치 않지만, 백제의 위대한 문화와 정신을 도외시한 역사관이어서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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