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27일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한미동맹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27일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한미동맹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北과의 대화전제 인도지원

종전선언‧평화협정 등 단계로

“이 과정서 중국 방해 필연적”

전문가 “미측 中 부상에 위협”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한 북중관계의 재조정을 제안했다.

북한을 한미동맹 주도의 질서 안에 편입해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여가자는 얘기로 북미관계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는데, 미중 갈등 속 미측의 의도와 맞물려 한발 더 앞서간 흥미로운 내용이라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대북 강경파가 주류인 기존 워싱턴 정가의 대북인식과는 상당히 다른 만큼 하나의 아이디어로 차원으로만 남게 될지, 실제로 대북정책의 주요 코드로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브룩스 전 사령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한 미국대사로까지 언급됐던 인물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브룩스 기고문 ‘北과 일괄 타결’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날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공동으로 내놓은 ‘북한과의 일괄 타결’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확고한 한미동맹의 토대에서 한미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상호 신뢰가 구축됐을 때 협력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식으로 한미는 ‘전략적 숙고’ 정책을 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관여의 첫 단계 조치로 북한이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입증한다면 인도적 지원과 의료 지원의 형태로 즉각적인 경제적 구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군사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의 길을 열 수 있는 ‘종전선언’ 등의 형식으로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이 같은 행보는 향후 한반도 전체 정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단계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함께 중국과 힘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것을 들었다. 한미가 북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때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 갈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사회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미국의 장기 대출, 남북 간 자유무역 협정 체결 등을 꼽았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남북한이 서로 상대방을 침공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정전 상태를 영구적으로 대체하는 ‘평화조약’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적으로는 평화협정 체결을 넘어 북한을 한미동맹 주도의 질서로 완전히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남한은 북한의 투자국으로서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미국은 북한의 주요 교역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중국의 방해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 경제에 대한 독점권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고 한미동맹을 이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동북아에서의 새 경제 질서가 만들어지면서 수백만명의 삶의 질이 더 향상될 것”이라며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한 새 힘의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PG).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PG). (출처: 연합뉴스)

◆브룩스 제안 “현실성X” vs “글쎄”

브룩스 전 사령관의 제안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넘어 친미동맹에 편입하는 등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꾀하고 있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북중러 간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특히 북중은 혈맹을 과시하는 등 반미 연대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북미관계 정상화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은 일견 일리가 있는 면도 있지만 너무 나간 측면이 있고,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라며 “한미일 경제공동체에 북한을 끌어들이자는 건데 북한은 경제적 관점,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 없다. 이는 남측도 마찬가지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반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물론 작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지만, 북한도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중국의 속내를 잘 안다”면서 “북중이 밀착 행보를 강화하는 등 겉으로는 관계를 과시하고 있지만 북한도 전통적으로 중국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이전에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 않느냐”며 “국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순 없다. 마냥 배척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적을 끌어들여 적을 제압하겠다’는 논리는 거꾸로 미국 정부가 북한을 내세울 정도로 중국의 부상을 위협요소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한미군의 남한 내 훈련 활동을 전면적으로 보장해달라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결국 중국 견제용이라는 설명이다.

문 센터장은 “현재 중국이 전개하고 있는 게 초한전략이다.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것으로 전시와 평시, 민간인과 군인의 구분이 없다”면서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제압하고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게 그들의 목표다. 미국은 이 같은 중국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인데,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브룩스 전 사령관은 남북이 번영하려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대선 주자들에게 “반미로 기우는 조짐이 보인다”면서 “반미는 한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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