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다. 이 말은 국가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 조직을 이루는 그 모든 것이 해당된다. 일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것 같지만 일은 시스템이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의 목표, 기업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정책이다.

故 이병철 회장은 인재경영을 통해 삼성의 신화를 이루어냈던 인물이다. 지금의 삼성이 어찌되었던 간에 故 이병철 회장의 인재에 대한 열정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용인자연농원 내 그의 묘비에는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자 노력을 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고 하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이러한 인사(人事)의 중요성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하위직 공무원도 아닌 국가를 이끌어 나갈 고위직 지도자를 인선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에게는 현명함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도덕성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부처 공무원들이 따르고 백성이 따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사회지도층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 나라의 백성들은 그를 따르지 않는다.

최근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는 병역면제와 관련해 대학시절 미식축구를 하다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설명과는 달리 당시 미식축구를 함께 했던 선수들은 한상대 내정자가 허리를 다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한 내정자는 “미식축구와 같은 과격한 운동으로 허리 디스크가 어긋난 상태에서 사법시험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고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내정자의 해명이 끼워맞추기식 해명같이 들리는 이유는 뭔가! 허리가 어긋난 상태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는 말이 곧이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솔직히 말했으면 청와대나 여권의 설명에 혼선이 없었을 텐데 굳이 혼선 이후에 해명을 하니 그 말이 더 믿기지 않는 게다.

더구나 대검은 “수술 시점은 한상대 내정자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1981년 7월 이후이며, 곧 사법연수생이 될 신분이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법무장교로 입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하면서 장기간 입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바는 더욱 어이 없다. 그걸 지금 해명이라고 하는 건가 말이다.

법무장교의 복무기간은 12주 군사교육 후 임관이 3년이다. 사병에 비해 장교로서 다소 편할지는 모르나 복무기간은 더 길다. 도대체 디스크 수술로 인해 장기간 얼마나 입원했었는지 밝히지도 않고 장교로 갈 수 있는데 굳이 왜 병역기피를 하겠느냐는 논리는 맞지 않다. 병역을 기피해 검사로 3년이라는 경력을 쌓는 것과 군 장교로서 3년을 보내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병역비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정서와는 다른 자질구레한 변명들이 더 의혹을 일파만파 증폭시킨다고 지적하는 게다. 변명같은 변명을 하지 말고 그냥 진실을 말하면 된다.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니까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이다. 국민이 믿지 않는데 어떻게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려 하는가!

한 내정자는 1998년과 2002년 부인이 두 딸과 함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한 내정자는 검찰총장 후보로서 충분히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장상·장대환 씨 역시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낙마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상황과는 지금의 상황이 다소 다른 점이 있을지는 모르나 잘못이 있으면 있다고 국민 앞에서 사죄하고 기회를 달라고 하면 된다.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릴 수는 있지만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알아야 한다. 지금 청와대에는 내 사람이 필요하겠지만 백성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인사(人事)는 재고해야 한다. 백성이 등 돌린 인사(人事)는 인사(人事)가 아니다. 제대로 된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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