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뉴시스]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30.
[도쿄(일본)=뉴시스]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30.

안산, 개인전 금 포함 3관왕… 양궁 및 한국 하계올림픽서 처음

‘숏컷’ ‘오조오억’ 등 근거로 페미니스트 몰며 ‘온라인 학대’ 발생

로이터·BBC 등 외신 “성차별적 폭력” 이라며 안티세력 비판

구혜선 등 숏컷 인증하며 응원 행렬… 정의선 회장도 격려

안산 “이슈 알았지만 최대한 신경 안 쓰고 경기에 집중”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20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안산(20, 광주여대)이 개인전을 앞두고 자신을 둘러싼 부당한 성차별적 공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금메달을 따내 한국 하계올림픽 최초 단일대회 3관왕의 위업을 이뤄 주목 받는다.

앞서 안산이 24일 양궁 혼선 단체전 25일 여자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오르자 안산 개인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관심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짧은 머리, ‘오조오억’ 등 표현을 쓴 SNS 과거 행적 등을 문제 삼아 안산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냔 해괴한 공격이 시작됐다.

일부 과격한 남성들은 메달을 박탈해 달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른바 ‘남성혐오’를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배우 구혜선과 방송이 김경란 등 유명인들이 ‘숏컷’을 인증하며 안산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남자 배우인 김기천도 자신의 SNS 계정에서 ‘숏컷’에 빗대 ‘작은 성기를 의미하는 ‘숏X’이라는 욕설로 비꼬았다. 대한양궁협회에도 안산을 보호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BBC의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가 양궁 대표팀 안산 관련 내용 언급하는 사진.. (출처: 로라 비커 트위터)
BBC의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가 양궁 대표팀 안산 관련 내용 언급하는 사진.. (출처: 로라 비커 트위터)

한국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에 로이터통신, BBC, 슈피겔 등 유력 외신도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특히 국내 언론이 ‘갈등’이나 ‘논란’ 등 표현으로 사안의 본질을 흐릴 때 외신들은 ‘sexist abuse(성차별적 폭력 또는 학대)’라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했다.

BBC의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는 “이것은 자신의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믿는 여성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대표팀과 양궁협회는 중요한 경기를 앞둔 안산이 흔들리지 않을지 노심초사했다. 이에 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대표팀 감독과 협의를 통해 안산에게 직접 전화로 ‘신경 쓰지 말라’는 취지의 격려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도 본인을 둘러싼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상식 등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안산은 양궁협회를 통해 “이슈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대한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도쿄(일본)=뉴시스]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30.
[도쿄(일본)=뉴시스]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30.

자신이 부당한 상황에 빠진 것을 알았음에도 안산은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했다. 양궁 개인전은 선수들의 심박수를 경기 중에 보여줬는데, 안산은 금메달을 가를 ‘슛오프’ 등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도 최대 108bpm의 심박수를 나타냈다. ‘철인’이 따로 없었다.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안산이 양궁 개인전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하계 올림픽 사상 전무후무 3관왕에 등극하자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안산의 경기를 생중계하던 강승화 KBS 캐스터는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의 그 선수, 그 자체를 보고 있다! 안산 선수 축하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안산이 헤어스타일 비평가들을 제치고 3번째 금메달을 땄다”고 보도했다. ‘숏컷’을 문제 삼던 이들을 비꼰 것이다.

작가 겸 방송인 곽정은은 자신의 SNS에 문화평론가 최태섭의 책 ‘한국, 남자’의 목차 중 ‘결문: 한국 남자에게 미래는 있는가?’라는 부분의 이미지를 올리고 이 책의 독서를 알렸다. 이 책은 한국 작가 최태섭이 한국 남성성을 분석한 책이다.

(도쿄=연합뉴스)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상대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시상대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은 개인전 결승에서도 승리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이 됐다. 2021.7.30
(도쿄=연합뉴스)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상대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시상대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은 개인전 결승에서도 승리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이 됐다. 2021.7.30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도 각각 “차별과 혐오” “어떤 헛소리” 등으로 언급하며 안산을 응원했다.

배우 정만식도 “유도 남녀선수들도 다 짧던데 왜 아무말 없어? 그건 또 맞을까 봐 못하지?”라고 비난대열에 합류했다.

말도 안 되는 공격으로 인해 안산의 금메달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기도 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안산 선수의 화살과 승리는 오롯이 안산 선수가 만들어낸 결과이지만, 한국 여성들은 너무나 거대한 위로와 응원을 받아버렸다”고 강조했다.

경기 중엔 강철같은 정신력을 보인 안산이지만, 자신이 해냈다는 사실을 안 이후 시상식에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이 축하하려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울었냐는 질문에 안산은 “저 되게 많이 운다. 영화·글 볼 때도 운다”고 대답했다.

마음이 여리고 따듯한 것이 정신력이 약한 게 아니란 걸 증명하는 안산이었다.

안산이 한국 하계 올림픽의 새 역사를 썼으나 그 전설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정말 어려운 상황을 뚫어낸 안산이 얼마나 더 비상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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