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안정 해법이란 게?… ‘임대차3법’은 정착, “집값 떨어질테니 사지 마라” 으름장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근 아파트 집값이 급등하자 불안감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향후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급한 불끄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원인은 모른 채 헛다리만 계속 짚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임대차3법이 부동산시장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인으로 지목돼 여당에서도 보완책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오히려 이를 제대로 안착시키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결국 제대로 된 진단을 못한 채 집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하려는 세력으로만 보고 이들을 잡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작년 7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후 이듬날부터 시행되고 있다. 임대차3법의 시행으로 인해 전세물량이 줄어드는 등 시장의 역효과가 나면서 그간 보완 목소리가 지속돼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추격 매수에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도 임대차법의 추가 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제도가 안착할 필요성이 있다고 선을 그어 아직은 개정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질의·답변 과정에서 “올해 하반기 조기 청약이 이뤄진다는 점, 전문가들의 고점 인식, 금리 인상과 유동성 관리 가능성 등 대내외적 환경 등을 판단해볼 때 주택가격은 일정 부분 조정의 여지가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의 하향 조정 내지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아파트 실질가격과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택가격전망 CSI 등 관련 심리지표를 보면 시장수급과 별개로 불확실성 등을 토대로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된 모습”이라면서 “추격 매수에 신중할 것”을 권했다. 곧 집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집을 사지 말라는 얘기다.

또 홍 부총리는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임대차 3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선 “작년에 어렵게 제도화된 내용에 대해서는 당분간 제도의 안착을 위해 주력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반대의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전히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채 엉뚱한 방향의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의지가 전혀 없어보인다는 비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주택시장, 특히 아파트가격이 단기급등하자 정부가 불안감을 느끼고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고, 또 3기 신도시부터 공급물량이 나올테니 너무 섣부르게 사지 말라고 했는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결코 주택공급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논리에 따라 전월세 가격이 조종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니 부작용만 생겼다. 주택시장의 안정화는 분양물량이 많아야 매매시장이 안정되고, 입주물량이 많아야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는데, 현재처럼 입주물량과 분양물량이 적으면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이 결국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대차3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방법을 써도 집값을 안정시키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집값이 큰폭으로 조정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부 말은 참고하되 절대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면서 “현재 집값이 폭등한 원인에는 임대차3법이 기름을 부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를 폐지시키거나 개정하지 않는 이상은 내년에도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항상 시장경제에 맡겨야하는데 현 정권은 너무 시장에 개입하려고 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공급과 수요에 의해 자동적으로 안정이 될텐데 그런 기본 원리조차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역시 “정부가 임대차3법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인데, 집값이 안오르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별로 대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또한 4대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가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연중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4대 시장 교란행위는 ▲내부정보 불법활용 ▲가장매매 등 시세조작 ▲허위계약 등 불법중개 ▲불법전매 부정청약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