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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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군산시의 한 고등학교 도덕 시험에 ‘[최근 정치권에 윤석열 X파일의 장모와 처, 이준석 병역 비리 등의 쟁점을 염두에 두며]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플라톤의 <국가>에 근거해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서술하시오’라는 시험 문제가 출제돼 ‘정치 편향성’ 시비에 휘말렸다. 출제자인 기간제 교사가 사과하고 재시험을 치르게 돼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전라북도 교육청은 “학교 시험은 편향적으로 출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기본으로 고교 시험 문제로 부적절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위 도덕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윤석열과 이준석을 비판해야 가능하다. 고득점을 위해 교사의 입맛에 맞도록 서술하면서,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교사의 편향된 정치관을 받아들이도록 만들려는 고도의 계책이다. 가치관과 정치성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로 편향된 정치관을 주입하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 교사는 교사로서 자격이 없다. 학교에서 계약위반으로 퇴출해야 마땅하다.

“교과 과정과 연계해 별 뜻 없이 문제를 냈는데 이런 파장이 있을 줄 몰랐다”라는 말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변명으로 들린다. 학생들에게 시험지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교사가 문제를 낸 후 동일 교과 교사 협의회를 거쳐 고사계 교사-교무부장-교감-교장까지 결재를 받는다. 결재를 거치는 과정에서 정치편향의 시험 문제를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한 기간제 교사의 잘못으로만 꼬리 자르기를 하지 말고 결재라인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시험은 필자가 혁신학교에 3년간 근무할 당시 자주 봤던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 편향적 수업과 아주 비슷하다. 위 교사는 전교조 소속은 아니라고 하지만 진보 성향의 교사임이 분명하다. 혁신학교에는 기간제 교사들도 전교조에 동조하는 세력이 많아 같은 주제의 수업을 한다. 전교조 교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던 필자가 “마을 도서관에 비치할 책이 필요한데 책이 남는 선생님 기증 부탁드립니다”라는 제안에, 너덜너덜 해어져 폐지로도 불가능한 책을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기증하고 가던 기간제 교사의 얼굴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선배 전교조 교사들의 사주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전교조 부장 교사는 공개수업에서조차 정치편향 수업을 했다. 참관 교사가 30여명에 달하는 수업에서 ‘천성산 터널의 도롱뇽 보존 문제’를 주제로, 터널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는 ‘악’이고, 공사를 막기 위해 농성하는 지율스님은 ‘선’이라고 삼단논법으로 규정지어 비판했다. 천성산 터널은 지율스님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4년간 공사가 중단되던 시기였다. 강평회에서 “공개수업에서 왜 정치 편향적인 주제의 수업을 하냐? 참관한 교사를 무시하는 주제가 잘못된 수업이다”라며 비판했다. 이후 천성산 터널은 대법원의 공사개시 판결로 완공돼 KTX를 이용하는 전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다. 터널이 개통돼도 생태계 파괴 없이 화엄늪에 도롱뇽이 잘 서식한다는 뉴스를 보면 실소가 나온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사가 어떤 정치성향을 지니든 자유다. 하지만 수업과 시험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치성향을 주입하는 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행동이다. 더군다나 내년에 투표권이 주어지는 고2를 대상으로 한 수업과 시험이라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에도 해당하는 엄중한 사안이다. 학생들에게 좌편향적인 사상을 강요했던 인헌고 사태, ‘천안함이 무슨 벼슬이냐’며 천안함 함장을 비하한 휘문고 교사 등 편향된 교육을 일삼는 교사들이 득세하니 큰일이다.

혁신학교는 교장마저 공모제로 뽑아 전교조 출신 교장이 많다. 게다가 교육감마저 진보교육감이라면 정치 편향성 교육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다. 참교육을 모토로 출범한 전교조 초기의 모습은 요즘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사들이 화합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당선된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싸우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는 사이 공교육 붕괴는 가속화되고 교사의 권위가 떨어지니 학생을 통제할 수단으로 수시 제도 유지를 고집한다.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전교조 교사의 좌편향 교육을 막고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정치성향을 떠나 학교와 학생만 생각하며 교육을 올바로 이끌 교육자다운 교육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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