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수마웨=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아체주 록수마웨의 한 사원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기도를 하고 있다.
[록수마웨=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아체주 록수마웨의 한 사원에서 이슬람교도들이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기도를 하고 있다.

신규확진 5만명, 세계 1위

일부 규제 완화·백신 접종률 ↓

유아들도 한 주에 150명 사망

취약한 건강상태·검사 저조 영향

“어른이 아이들의 위험 요소”

[천지일보=이솜 기자] 인도네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몇 주 동안 수백명의 아이들이 사망하면서 아이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들어 일주일간 100명이 넘는 아동이 코로나19로 숨졌는데도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비난에 직면했다고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코로나 새 진원지 된 인니

아동 코로나19 사망률이 급증한 데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남아시아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도 한 몫을 한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델타 확진자가 폭증하는 양상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는 이번 달 일일 확진자 수에 있어서 수차례 인도와 브라질을 추월하며 아시아 대유행의 새로운 진원지가 됐다. 최근 매일 3~5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23일 신규 확진자 5만명과 1566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300만명 이상의 누적 확진자와 8만 3천명 이상의 총 사망자를 보고했으나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검사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몇 배나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델타 변이가 올해 초 인도를 초토화시킨 후에도 국가 지도자들이 보건 전문가를 바이러스 확산과 싸우는 데 있어 부차적인 역할로 격하시켰다고 지적한다.

알렉산더 레이먼드 아리피안토 난양기술대학교 국제대학원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처음부터 이 전염병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며 “대유행병을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제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8월 2일까지 집회 및 상업에 대한 일부 규제를 연장했으나 전통 시장은 평상시대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른 제한은 오히려 완화했다.

또한 금요일마다 전국 모스크에서는 합동 예배에 참석하는 무슬림이 북적이고 지난 20일에는 이슬람교 연례행사인 ‘이드 알 아드하’를 기념해 빼곡하게 앉은 신자들의 모습이 알려지며 폭증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카르타=AP/뉴시스]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공동묘지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로 숨진 가족을 묻으며 오열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급증한 코로나19 사망자로 자카르타의 일일 매장량은 올 초보다 몇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카르타=AP/뉴시스]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공동묘지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로 숨진 가족을 묻으며 오열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급증한 코로나19 사망자로 자카르타의 일일 매장량은 올 초보다 몇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사망 어른 탓… 행동 고쳐야”

인도네시아에서는 특히 아동의 확진자 수와 사망률이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소아과 협회장인 아만 풀룽간 박사에 따르면 최근 어린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체의 1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한 주 동안에만 150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했는데, 이 중 절반은 5세 이하 아동이었다.

아만 박사는 18세 미만의 어린이 800명 이상이 전염병이 시작된 이후 이 바이러스로 사망했다며 특히 사망자 대부분은 지난 한 달 동안 발생했다고 밝혔다.

비영리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의 아시아 보건고문인 야시르 아라파트 박사는 “지금까지 아이들은 이 전염병의 숨겨진 피해자였다”며 “인도네시아와 같은 나라들은 기록적인 수의 아이들이 바이러스로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인 예방접종과 영양서비스를 놓치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어린이 사망률이 높은 데는 영양실조,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같은 근본적인 건강상태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다만 델타 변이에 대한 유전자 서열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델타가 아이들의 건강에 더 취약한지는 분명히 알 수 없다.

낮은 백신 접종률도 원인 중 하나다.

25일 기준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인구는 6.6%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12세 미만 아동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서야 12~18세 사이의 청소년에게 접종을 시작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병동이 압도된 가운데 아동을 위한 침대도 부족한 상황이다. 아만 박사는 “응급실은 어른들로 가득 차 있는데 아이들이 아프면 어디로 데려가야 하나”라며 “지난 몇 주 동안 사람들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며칠을 기다려야했다.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어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비영리 건강관리 단체 프로젝트 호프의 에드히 라흐마트 인도네시아 담당 전무는 “입원을 할 수 없는 성인 환자의 3분의 2가 가정에서 격리돼 있어 어린이들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신부가 출산을 하면 친구나 이웃들이 축하를 위해 신생아가 있는 집에 방문하는 전통이 있어 아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만 박사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의 행동이 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어른들이 고집불통이다.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아이들을 사람들로 붐비는 곳에 데려간다”며 “모든 것은 어른들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광범위한 검사도 시급한 상황이다. 1만 75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군도인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검사 수는 아시아에서는 꼴찌, 세계에서도 하위 3위 수준이다.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장관은 하루에 40만회의 검사를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이 수치와 근접한 적이 없으며 지난주 일일 검사 수는 11만 5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18세 이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검사 횟수가 더 적어진다. 아이들이 전염될 것이란 인식 자체가 부족하단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코로나 검사의 확진률은 평균 30% 이상인데, 이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징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 미만의 확진률을 권고하고 있다.

윈후 푸르노모 아이르랑가대 역학 교수는 “이 숫자는 비상 제한조치가 효과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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