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2020 도쿄하계 올림픽을 중계하는 준공영방송 MBC가 연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개회식 중계방송과 축구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자막 및 그래픽을 넣는 방송사고를 낸 것에 이어 중계진이 메달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며 물의를 빚은 것이다.

26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재일교포 3세 유도 선수 안창림(27, 필룩스)은 3분 53초 만에 업어치기 절반을 성공시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은 4차례 연장전을 거듭하며 어렵게 동메달을 걸었다. 이에 MBC 중계 캐스터는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조준호 해설위원은 “동메달만으로도 소중한 결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동안의 노력에 비해 아쉬운 결실이라는 취지로 볼 수 있지만, 네티즌은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이 아니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원했던 메달 색이라는 언급이 금메달 지상주의로 선수의 성과를 폄하하는 부적절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올림픽 첫날부터 MBC의 부적절 중계 반응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MBC는 23일 개회식 중계 당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최악의 원전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사진을 첨부하고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띄우는 등 부적절한 그래픽과 자막을 사용해 뭇매를 맞았다.

이외에도 엘살바도르, 아이티, 시리아, 루마니아, 이탈리아,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문제가 됐다.

비판이 거세지자 MBC는 다음 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틀도 지나지 않은 25일 MBC는 다시 방송사고를 일으켜 빈축을 샀다.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1대 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는데, 이는 상대에서 자책골이 터졌기 때문이다.

전반 27분 이동준의 크로스가 황의조를 향했는데, 이를 막으려던 루마니아 라즈반 마린의 발끝에 공이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 MBC는 전반전이 끝난 뒤 후반 경기가 시작하기 전 중간광고를 내보내며 오른쪽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냈다.

반복되는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26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박성제 MBC 사장은 올림픽 중계 방송 사고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성제 사장은 세 차례나 허리 숙여 사과했고, 대대적인 쇄신을 약속하며 신뢰 회복을 약속했다.

박 사장은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MBC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방송사고가 일어난 경위에 대해선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저한 원인·책임 파악,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통해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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