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뉴시스] 안창림이 26일 오후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조프와의 경기에서 절반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따낸 뒤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2021.07.26.
[도쿄(일본)=뉴시스] 안창림이 26일 오후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조프와의 경기에서 절반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따낸 뒤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2021.07.26.

“한국국적, 조부모가 생명 걸고 지켜…동포 어린이들 힘 얻길”

반복된 연장전 지친 상황에도 유도 남자 78㎏ 동메달 획득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재일동포 3세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27, 필룩스)이 극적으로 동메달을 따내며 일본 유도의 성지 무도관(부도칸)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데 성공했다. 안창림은 한국을 대표해 메달을 따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안창림은 26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남자 7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절반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계속 팽팽한 승부를 이어오던 안창림은 정규시간 종료 7초를 남긴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업어치기로 절반을 따냈다.

안창림이 이날 동메달을 획득하기까지 연장에 연장을 버텨낸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날 안창림은 자신의 1라운드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파비오 바실(이탈리아)과 골든스코어(먼저 어떤 형태든 점수를 획득하면 이기는 연장전)를 통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바실레의 안뒤축을 걸어 넘어뜨리며 밭다리로 절반을 빼앗아 승리했다.

이후 16강 키크마틸로크 투라에프(우즈베키스탄) 상대론 코피 투혼 끝에 연장전에서 안뒤축 안다리걸기 기술로 절반을 획득하며 해당 라운드를 통과했다. 16강의 연장 시간은 8분이 넘는 혈투였다.

안창림의 연장전 경기는 8강에서도 이어졌다. 토하르 부트불(이스라엘)에게서 연장전 끝에 안다리 절반으로 이겼다.

[도쿄(일본)=뉴시스] 안창림이 26일 오후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2021.07.26.
[도쿄(일본)=뉴시스] 안창림이 26일 오후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2021.07.26.

계속된 연장전으로 안창림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럼에도 라샤 샤브다투시빌리(조지아)와의 준결승에서도 연장전에 돌입했다.

넘어졌다가 매트에서 일어나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던 안창림은 결국 통한의 반칙패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창림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를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치며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재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쓰쿠바대학교 2학년이던 2013년 전일본대학유도선수권을 제패한 초대형 유망주였다. 당시 경기장이 바로 이날 동메달을 따낸 무도관이었다.

이에 안창림은 일본 귀화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안창림의 선택은 ‘태극마크’였다. 이후 2014년 2월 용인대로 편입하면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안창림’의 인생은 시작됐다.

안창림은 무도관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특히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운명의 라이벌 오노 쇼헤이(29, 일본)와 결승전에서 만나는 대진이 구성되면서 일본 대표를 넘기고 무도관에 태극기를 계양할 절호의 기회였다. 오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안창림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기도 했다. 안창림은 지금까지 오노를 이기지 못했기에 도쿄에서 그를 꺾는다면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도쿄(일본)=뉴시스] 안창림이 26일 오후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조프와의 경기에서 절반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2021.07.26.
[도쿄(일본)=뉴시스] 안창림이 26일 오후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조프와의 경기에서 절반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2021.07.26.

아쉽게도 결승전에서 재회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안창림은 당당하게 무도관에 태극기를 올리는데 성공했다.

다만 안창림은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서 감흥이 별로 없다”며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창림은 “대한민국 국적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지키신 것”이라며 “한국 국적을 유지한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재일동포는 일본에선 한국 사람, 한국에선 일본사람으로 부른다. 차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재일동포에 관한 인식을 좋게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내 모습을 보고 (재일동포) 어린이들이 큰 힘을 얻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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