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지아 기자] MBC가 2020 도쿄하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그래픽을 사용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거듭 사과했지만 MBC가 자막을 통해 다른 나라를 조롱 투로 소개한 것은 오래전부터 해온 일이라는 증거 자료가 나오고 있다.
MBC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23일 밤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며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영상과 자막에 대해서는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고 설명하면서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한 뒤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처를 하겠다”며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MBC는 전날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세계지도 상 위치와 국가를 대표하는 사진을 첨부했다. 이 중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사진을 첨부해 방송에 노출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지난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하며 우크라이나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 체르노빌이 대대적 피해를 입은 사고다.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이달 초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으로 살해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또 엘살바도르 선수들이 입장하는 장면에선 비트코인 이미지를 사용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했다. 그러나 수도인 산살바도르에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선수단에서는 피자 사진을, 일본 선수단에서는 초밥 사진을 넣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MBC가 사실상 타국에 대한 조롱을 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MBC의 이 같은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는 2008년 올림픽 당시 MBC가 생중계했던 자료화면이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중계 당시에도 MBC는 선수단이 입장할 때 차드에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투발루에 ‘지구 최초의 지구온난화 난민 국가’, 짐바브웨에 ‘살인적 인플레이션’, 수단에 ‘오랜 내전으로 불안정’이라는 자막을 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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