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 (출처: 뉴시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 (출처: 뉴시스)

홍콩 등 문제 두고 "중국 내정…간섭 용납 안 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을 향해 ‘피해자 행세’를 거론하며 맹공을 펼쳤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셔먼 부장관 방중 및 미·중 관계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을 (먼저) 제안했고, 양측 합의에 따라 셔먼 부장관은 25~26일 톈진을 방문한다”라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외교부 미·중 관계 담당자인 셰펑 부부장(차관)이 셔먼과 회담을 갖고 이후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셔먼을 접견한다”라고 설명했다. 회담 장소가 베이징이 아닌 점을 두고는 “방역 조치를 고려했고, 톈진이 베이징에서 비교적 가깝다”라고 했다.

이번 셔먼 부장관 방중을 두고 미국과 중국 양측은 접견자 등 세부 사항에 관해 기싸움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셔먼 부장관 방중을 발표하면서도 날 선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미·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원칙과 입장, 우리의 주권·안보·발전이익을 수호하려는 단호한 태도를 미국 측에 표명할 것”이라며 “아울러 미국 측에 중국 내정을 간섭하지 말고 중국 이익을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호주 간 통상 협력 강화 행보를 두고 “완전히 흑백을 흔드는 것”이라며 “호주 측이 제멋대로 중국의 내정 문제에 간섭하고 중국의 이익을 해쳤다”라고 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자국은 무역에서 다자주의와 호혜 평등의 원칙을 지지한다며 미국 측을 향해 “(자국의 이해에) 맞지 않으면 제재 몽둥이를 휘두른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 측을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와 함께 미국이 그간 중국의 인권 탄압 사례로 꼽아 온 신장 지역 위구르족 문제와 홍콩 문제 등을 거론, “중국의 내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라며 미국 측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간) 셔먼 부장관이 25∼26일 중국 톈진에서 왕 국무위원 등 중국 측 관리들을 만난다고 발표했다. 셔먼 부장관이 지난 18일 일본을 시작으로 25일까지 한국, 몽골 등 3개국 순방 중인 가운데 방중 일정이 추가된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 추가 악화를 막는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하지만, 큰 기대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오다밍 인민대 부교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주요 쟁점을 거론하고, 3월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연출된 심각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도록 마지노선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만약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대화 여지가 없음을 미국 측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 측이 (이번 회담에서)신장자치구, 홍콩 등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면 알래스카에서처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뤼 연구원은 “중국을 겨냥한 험담 외교는 쇠퇴하는 미·중 관계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문제를 계속 악용한다면 기후변화 같은 협력이 가능한 사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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