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통일재원안(案)의 윤곽이 서서히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5일 통일재원안으로 남북협력기금 활용과 일종의 통일세 개념인 세금 부과 등 큰 틀에서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막바지 작업 중인 통일재원안 윤곽을 밝힌 것이다.

그는 "남북협력기금을 앞으로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또 하나로 일부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고, 세금이 포함되더라도 서민에게 부담이 크게 안가는 쪽으로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미 설치된 남북협력기금 활용 언급 등을 보면 정부는 통일에 대비해 사전에 재원을 적립해 놓을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회비용 등을 언급하며 막대한 재원을 사전에 조성해 묶어 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협력기금 활용방안은 현재 운용규모가 1조원대인 기금의 미사용액을 통일재원으로 적립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는 미사용액은 환수된다.

매년 미사용액을 적립해나가면 일정 기간 상당규모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남북협력기금 집행액은 862억5천만원으로 순수사업비 1조1천189억1천500만원의 7.7% 수준에 불과했다. 집행률이 2009년에는 8.6%, 2008년에는 18.1%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남북협력ㆍ통일 계정을 설치하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협력기금 활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지난 6월 "매년 대부분 불용 처리되는 남북협력기금을 적립식으로 전환해 천문학적인 통일기금의 단초를 여는 일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남북교류가 활성화돼 협력기금 미사용액이 많지 않으면 기금 규모를 늘리는 방향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일종의 통일세 도입을 검토하되 서민에게 부담이 크게 안가는 쪽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언급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세원을 활용할지도 주목된다.

'서민에게 부담이 안가는 방향'은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 가는 간접세보다는 소득세나 법인세 등과 같은 직접세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해볼 수 있다.

실제 정부 당국자는 "통일재원으로 간접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등 여야 의원 12명은 1월 통일재원 확보를 위해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 통일세를 부가하는 내용의 통일세법안과 통일세관리특별회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통일세 법안은 통일세 납세대상을 소득세, 법인세, 상속ㆍ증여세 납세의무가 있는 개인 또는 법인으로 하는 한편 세율은 소득세액의 2%, 법인세액의 0.5%, 상속세 및 증여세액의 5%로 정했다.

통일세관리특별회계 법안은 통일과정에 수반되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통일세와 매 회계연도 내국세 총액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재원으로 통일세관리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독일은 구 동독지역 지원을 위해 '연대세'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 이듬해인 1991년 소득세나 법인세의 7.5%를 연대세로 부과했으며 1년 만에 폐지했었다. 그러나 1995년 재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고, 세율은 1997년부터 소득세나 법인세의 5.5%로 낮췄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통일재원으로 협력기금 활용과 세금 등 2가지를 언급했지만, 앞으로 논의과정이나 통일이 가시적인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는 채권발행 또는 민간이나 국제기구 등 국제사회를 통한 기금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협력기금과 세금 등을 통한 구체적인 조달규모는 사전에 적립할 규모를 어느 정도 설정할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지난 6월26일 KBS 대담 프로그램인 '일요진단'에 출연해 통일재원에 대해 ▲주로 기금을 통한 재원 마련 ▲재정 건전성 고려 ▲서민부담 최소화 등 3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었다.

통일부는 민간 전문기관들이 진행 중인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중심으로 통일비용 추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통일재원안에 대한 정부안을 최종 손질하고 있다.

통일부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등과 통일재원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정부안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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