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제공: 카카오뱅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제공: 카카오뱅크)

“역량 못 갖추고 신청자 불러모아”

카뱅 “대출 한도 늘리고 인력 부족”

전문가 “시스템상 오류 있을 순 없어”

“아직 은행 역할 하기 모자르단 증거”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빠른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성장세를 거듭해온 카카오뱅크가 무리한 전세대출 가입자 모집으로 인해 심사가 지연되면서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은행에서 근무했던 대다수 전문가는 카카오뱅크가 전세대출을 다룰 역량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신청자를 끌어모으기만 하다보니 미비한 시스템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전세대출을 이용한 고객 일부가 늦어지는 심사로 인해 위약금을 물거나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독립을 앞둔 대학생 A씨는 카카오뱅크에 잔금일 15일 전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했다. A씨는 대출을 접수할 당시 담당자에게 영업일 기준 3일 후면 심사결과를 알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심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잔금일 전날 A씨가 연락하자 서류를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다른 피해자인 직장인 B씨는 잔금일 한 달 전 전세대출을 신청했다. 심사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카카오뱅크 담당자는 미혼인 B씨에게 “배우자 소득증명 서류를 내달라”는 연락을 취했다. 황당한 요구에다 길어지는 심사에 지친 B씨는 주거래 은행으로 결국 대출을 바꿨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늦어지는 심사를 기다리다 잔금일을 사흘 앞두고 부결 통보를 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이로 인해 잔금일까지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사를 못 가는 것은 물론 전세계약금도 날리고 위약금까지 물 수도 있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최근 전세대출 한도를 늘리면서 신청이 몰렸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해명에 대해 은행권 출신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대출 심사의 경우 전산 자동 승인 등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 해서 오류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대(금소연) 사무처장은 “대출 심사는 시스템을 이용해 승인되도록 하고 있는데, 카카오뱅크의 해명대로 인력이 부족해 오류가 발생하거나 지연되는 사태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 사무처장은 “대출 심사를 하는 사람이 부족해 심사가 일부 지연될 수 있지만, 이러한 사태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카카오뱅크가 무리한 전세대출에 나서면서 벌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카카오뱅크의 대출 심사 지연사태는 인력 부족이 아닌 미비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가 소비자에게 피해를 안기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보호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희철 희망을만드는사람들(희만사) 대표이사는 “애초에 카카오뱅크가 역량이 부족한데도 전세대출 등 여신 상품을 선전하면서 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한 상황”이라며 “카카오뱅크의 해명은 자신들이 시스템 준비에 있어 부족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남경현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시중은행은 사흘 만에 전세대출 가부 여부를 결정하는데, 카카오뱅크가 보름에서 한 달까지 심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은 아직 은행 역할을 하기엔 모자라다는 증거”라며 “은행원 출신으로서 (대출을 출시한 지 2년이 넘어서야) 여신전문인력을 충원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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