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이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주민투표 지원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한나라당은 최근 지도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당내 기류가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당이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당 차원의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황우여 원내대표 또한 주민투표 독려 행위에 따른 실정법 위반 가능성을 우려하며 당의 개입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돌연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 15일 황 원내대표가 “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당에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하고, 모든 시민이 투표에 참여할 것을 권고하려고 한다”며 주민투표에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부자들의 무상급식까지 전면 실시하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당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법이 허용하는 지원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당 차원의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입장 선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당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중도 우파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 중도 좌파는 안 된다”고 강조한 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력한 지원 호소도 당 지도부를 압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무상급식 드라이브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와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시 한나라당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한나라당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된 것은 아니어서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다. 친박계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여전히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주민투표에 대한 중앙당 불개입 원칙을 주장하고 있고, 남경필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전부터 주민투표 추진에 반대해왔다.

쇄신파 ‘새로운 한나라’ 간사인 정태근 의원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민투표 자체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주민투표법으로 당 차원의 개입이 금지돼 있어 당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친박계 좌장 격인 홍사덕 의원은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000억 원의 차이 때문에 시민들한테 선택을 하도록 투표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0억 원”이라며 “이렇게 가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며 의문을 달았다. 그는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과 민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은 1000억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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