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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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씨가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에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으로부터 골프 3회와 만찬 등의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명절 때 선물을 다섯 차례 받은 정황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 전 회장 비서실의 달력 일정표’가 출처라고 했다. 일정표에는 윤검, 윤검사, 윤석열 대전지검 논산지청장 등 여러 이름으로 적혀 있지만 모두 대선에 뛰어든 윤석열을 지칭한다고 밝혔다. ‘골프 친 명단’에는 윤씨 장모로 추측되는 ‘최 회장’도 나오고 선물명단에는 최 회장은 물론 부인과 이름이 같은 ‘김명신’도 등장한다.

문제는 윤석열씨의 태도다. 말을 두루뭉술하게 하면서 말을 전한 메신저를 공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윤씨는 “20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에 여러 지인들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같이 한 경우는 있었다. 다만 최근 10년 동안은 조 전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골프를 칠 때는 돈은 각자 내거나 번갈아가며 냈다고 했다. 2011년 4월 2일 조 회장과 ‘강남300CC(경기도 광주)’에서 골프 친 의혹과 같은 해 8월 13일 만찬에 참여한 의혹에 대해서는 회동 자체를 부정했다.

윤씨는 한겨레신문이 제시한 일정표를 출처불명의 괴문서 취급했다. 한겨레신문은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달력 10여권이 있는데, 달력 일정이 빼곡하다”고 말했다. 수주 내역도 있다. 자녀 생일, 가족행사는 물론 윤씨 결혼식 일정도 있다. 법정에 가더라도 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큰 자료다.

윤씨는 ‘면담보고서 한 장으로 별장접대 의혹을 오보한 한겨레신문’이 똑같은 행태로 ‘악의적인 오보’를 내보내고 있다면서 이런 신문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런 태도는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다. 신문이 의혹을 제기하면 성실하게 해명하면 될 일이다. ‘그 신문은 원래 그래’ 하면서 그 신문을 공격해서 나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서는 진실을 회피하는 사람이라는 의혹만 더할 뿐이다. 윤씨에게 묻는다. 수사하고 범인 잡는 일을 하는 현직 검사가 유력 건설사인 삼부토건 회장과 골프회동을 수차례 한 것 자체가 검경유착의 한 행태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2011년 골프 회동, 만찬회동 의혹이 제기된 시간에는 저축은행 수사로 정신없었다고 하는데 증빙자료를 낼 생각은 없는가? 2011년엔 삼부토건 임직원 수십 명이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윤씨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으로 일하고 있었던 시기이다. 대검찰청에서 기업비리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가 임직원 수십명이 비리로 의심 받는 기업의 회장과 골프 또는 만찬회동을 했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심각한 의혹이 제기됐으면 ‘저축은행 수사로 바빴다’ 이렇게 퉁 치면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삼부토건 임직원은 전원 무혐의 처리되지 않았는가? 알리바이를 대야 한다.

삼부토건 조 회장은 윤씨의 서울대 법대 선배다. 선후배 사이에 교분을 유지하는 거야 누가 말리겠나. 하지만 후배가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검사고 선배가 비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건설사의 사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민의 세금으로 직을 유지하는 검사나 경찰, 관련 부서 공직자는 기업가와 골프치고 명절 때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되는 자리이다. 윤씨는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감찰당국과 사법당국은 진실을 밝혀야 한다. 현직검사가 삼부토건 회장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수사당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주는 행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윤씨는 “명절 선물은 오래 돼 잘 기억하지 못하나 의례적 수준의 농산물 같은 걸 받았을 것이고, 값비싼 선물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수사검사가 할 소리는 아니다. ‘의례적 수준의 농산물’은 받아도 되는 것인가? 무엇이 ‘의례적인 수준’인가? ‘윤석열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에게는 ‘정육’을 선물했다는 기록도 있다. 정육은 기록된 다른 선물과 비교할 때 가장 고가의 물품이다. 윤씨는 선물 받은 것 하나만으로도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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