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동반 3관왕을 달성한 안현수와 진선유(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은 한국 쇼트트랙의 최절정을 알리는 대회였다.

직전 대회인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 한국은 오심의 희생양이 되며,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10위권에 꾸준히 들면서 동계스포츠 강국임을 과시해왔으나 이때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남자쇼트트랙은 정식종목 채택 이래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했던 터라 4년이나 기다리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오심이 난무하며,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남자는 세계선수권대회 종합우승 3연패를 달성하며 절대지존을 자랑하고 있었던 안현수가, 여자는 세계선수권 2연패의 최은경과 2005년 우승자 진선유가 버티고 있었다.

역대 최강이라 평가 받을 만큼의 전력이라 한국은 싹쓸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래야 솔트레이크대회의 아픔을 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

대회가 열리자마자 남자 경기는 압도적이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을 큰 간격차로 따돌리고 안현수와 이호석의 집안경쟁이 되면서 불꽃을 튀었다.

결과는 안현수가 간발의 차로 2관왕을 차지했으며, 계주까지 정상에 올라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남자계주는 14년 만의 금메달 획득이었다. 이어 안현수는 5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려 전관왕(4관왕)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500m는 동메달에 그쳤다.

여자 쇼트트랙 진선유도 이에 못지않았다. 1500m에서는 최은경과 집안경쟁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나머지 1000m와 계주에서 정상을 차지해 안현수와 동반 3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안현수와 진선유의 초인적 활약으로 한국은 당시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 수를 차지해 7위에 올라 10위권에 다시 복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두 남녀영웅은 몇 년간 계속해서 쇼트트랙을 주름잡는데, 안현수는 2003~2007년까지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5연패를, 진선유는 2005~2007년까지 3연패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둘은 2008년 비슷한 시기 부상을 당한 뒤 함께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좌절을 맛본 뒤 재기를 노렸으나, 지난해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를 뽑는 대표선발전에서도 승선하지 못해 진선유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하게 되며,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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