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시인 한국문화안보 연구원 사무총장
존경하는 김관진 국방장관님께! 국방개혁의 최전선에서 불철주야 고뇌의 전투를 하시는 장관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공개편지를 올리게 된 것은 전직 직업군인으로서 계급을 초월해 조국을 위한 사랑하는 군인이었던 자의 충성심 때문입니다.

지난 307계획이 발표되면서 우리 군이 내부적으로 기형적인 부분이 개선되는 기대와 더불어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라고 확신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뉴스와 각종 언론매체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군내부 자체가 국방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손자병법 시계(始計) 편에 “兵者(병자), 國家之大事(국가지대사), 死生之地(사생지지), 存亡之道(존망지도), 不可不察也(불가불찰야)”라 하였는데 이 함의(含意)를 살펴보면 “전쟁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니,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니 신중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도해 손자병법이라 하여 국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 아닙니까? 따라서 국가를 지키는 국방력은 개인의 생사문제를 초월한 국민과 국가의 생사여탈과 흥망성쇠가 달려있는 가장 중차대한 문제로서 그 결정에 있어서 사무사(思無邪)해야 할 것입니다.

전쟁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육군의 기본교리인 ‘지상작전’에서 12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제8원칙인 ‘통일의 원칙(Unity of Command)’은 부대전투력의 분산적 사용을 방지하고 이를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휘의 통일과 노력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하고, 한 부대의 지휘권을 단일한 지휘관에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한 부대의 지휘권이 여러 지휘관에 의해 중첩적으로 행사될 경우, 부대행동은 혼란에 빠지고 노력이 분산되며 결정적 시기에 단호한 행동을 취할 수 없게 한다고 분명한 명시를 하고 있습니다.

군의 기본교리에도 어긋나 있는 것이 현재의 군정권과 군령권의 분리에 의한 지휘통일의 원칙 위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면 제2, 제3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행위에 대한 군의 대응모습은 혼란한 지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집안의 일은 누가 뭐래도 그 가장(家長)이 가장 잘 아는 것입니다. 별거하는 큰아버지가 더 잘 알 수는 없는 것이며, 큰아버지에게 맡기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국방개혁의 요체는 군령권과 군정권을 합참의장에게 일원화시킴으로써 전시에 배제되었던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자신의 군을 지휘해 합참의장의 전술전략을 시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지휘체제가 완성되고, 기본교리인 통일의 원칙을 실사구시(實事求是)하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의 과거 전쟁사에서는 수많은 전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로마군의 이야기는 약간의 개념적 차이가 있지만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삼아 온고지신(溫故知新)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기에 적어보았습니다.

기원전 3세기 말 로마군은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군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몰렸습니다. 로마는 ‘파비우스 막시무스(Fabius Maximus)’에게 군지휘관의 중임을 맡겼습니다. 부지휘관이었던 기병대장 ‘미누키우스’는 한니발군을 공격하면 당장 승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녔습니다. 원로원과 정무위원회는 ‘파비우스’보다 ‘미누키우스’를 선호하고 결국 군 지휘권을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로마군의 지휘권이 둘로 나누어지자 의기양양한 미누키우스는 무모한 지휘권을 행사하게 되었고, 로마군의 지휘권의 분할을 보고 가장 좋아한 사람은 한니발이었습니다. 복병을 배치한 다음 한니발은 미누키우스의 부대를 유인해 거의 전멸을 시켰습니다.

로마인들은 이런 귀중한 교훈을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로마군의 지휘권을 양분한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파비우스가 통령 자리에서 물러선 뒤 로마군은 두 사람의 통령, 즉 ‘파울루스’와 ‘바로’의 지휘를 받도록 했습니다. 결국 기원전 216년 로마군은 ‘칸나에’에서 대참패를 당했습니다. 성미 급한 바로가 지휘한 날이었습니다. 바로는 숫자만 믿고 카르타고를 공격했다가 한니발의 함정에 걸려들었고 전투에서 8만여 명의 병력 가운데 무려 5만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로마는 파비우스를 다시 통령으로 선출했고, 드디어 기원전 208년 <타렌툼>에서 한니발군을 공격하고 크게 승리했던 것입니다. 이 승리가 로마의 영광의 출발이었습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이승만 대통령께서 즉각 맥아더 사령관의 유엔군과 국군의 지휘권을 일원화시킨 것은 국가위기를 파악한 가장 신속 정확한 대통령의 결정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장관님께서는 절체절명의 국방위기를 앞에 두고 내부소요(內部騷擾)를 당하시는 형세지만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는 국방개혁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사명을 담당하셨습니다. 어느 시대 어떤 개혁이던 일부 과거의 관행을 혁파(革罷)하는 고통은 수반되는 것 아닐까요? 부디 “尙有十二 舜臣不死”의 소신을 가지시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확고히 하시는 위대한 장관님이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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