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강 이용백
아름다운 황혼길에 할일을 생각다가
화선지 펼쳐놓고 붓으로 먹물담아
사군자 매란국죽을 맘에담고 치노라

매(梅)
기나긴 설한풍을 견디어낸 큰절개로
지순한 눈꽃속에 맑은향을 토해내는
어여쁜 내꽃이좋아 향기까지 그리리라

난(蘭)
굳은 듯 보드라운 잎줄기 빼어나고
꽃향기 그윽하고 굳고곧은 심성지녀
고귀한 너의모습을 일필휘지 하노라

국(菊)
매서운 찬서리를 꿋꿋하게 이겨내며
짙은향 가득담고 높은절개 굳은지조
강인한 아름다움의 네모습을 그리노라

죽(竹)
기세가 충천하고 마디마다 뜻을담은
청자빛 곧은절개 사계절 변함없어
곧곧한 의로운자태 화선지에 치노라

-약력-
서정문학 시조시인
한국서정작가협회 회원
(먹골배) 남양농원 대표
유기농업 기능사
원예기능사

-시평-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시조는 가장 한국적인 문학의 토대다. 따라서, 시조를 소홀히 한다면 미래의 문학은 결코 밝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든다. 작품의 높낮이를 떠나 시조로서 우리 문학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이 작품의 정황을 그려보면 사군자는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 같아 희망이 된다. 이는 오랜 연륜과 가슴 밑바닥에서 솟아나는 시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작품은 다섯 부분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중심 이미지인 은근과 끈기로 시작하여 은근과 끈기로 끝난다. 설한풍을 견뎌내는 매화와 굳고 곧은 마음의 난과 찬서리에도 꿋꿋한 국화와 의로운 자태의 대나무 등 사군자의 세세한 디테일은 현실감이 있어 시의 이미지를 잘 전달해 주고 있다. 이용백 시인은 자연 속에서 아름답게 삶을 가꿔가는 시인으로서 <시의 낙원>이란 제목이 붙은 시조집을 받아보면 풍부한 서정적 감동과 멜로디가 가득하여 누구든 매료되고 만다. 이용백 시인이 우리 앞에 쏟아놓은 시들이 아름답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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