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도쿄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서 슈퍼마리오로 분장해 도쿄올림픽을 알린 아베 신조 전 총리(오른쪽)가 내세운 핵심 목표들은 이미 빛이 바랬다. 외국인뿐 아니라 내부 여론도 최악으로, 자국민마저 연일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왼쪽)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논란의 도쿄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서 슈퍼마리오로 분장해 도쿄올림픽을 알린 아베 신조 전 총리(오른쪽)가 내세운 핵심 목표들은 이미 빛이 바랬다. 외국인뿐 아니라 내부 여론도 최악으로, 자국민마저 연일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왼쪽)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코로나에 폭염까지 논란 최다

핵심 목표 어느 것도 충족 못해

여론 악화에 기업들도 외면

9월 총선 앞두고 스가 강행

외신도 비난… “실패하는 방향”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베 신조가 2012년 일본 총리에 취임한 후 처음 한 행동은 2020년 일본 올림픽 유치팀 소집이었다. 당시 스페인과 터키는 올림픽 개최국 자격을 충족한 강력한 후보였으며 일본 유치팀의 패배는 분명해보였다.

아베 전 총리는 관료들을 질책하고 국제적인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직접 총대를 메고 외교전을 벌였는데 그 결과 1년 후 2020년 올림픽 개최국으로 일본이 선정됐다. 승리의 기쁨은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전 총리가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타나 도쿄를 소개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의 근본이 된 아베 전 총리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일본은 수십년간의 경제 침체 후에 되살아나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2차 세계대전 패배에서 국제질서에 다시 선 1964년 도쿄올림픽과 같이 젊은 패기를 부활시킬 것이다.’

이틀 후 마침내 경기가 시작한다.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스포츠 클라이밍과 같은 새로운 종목들과 은퇴한 우사인 볼트와 같은 아이콘을 대체할 시몬 바일스(미국, 체조), 나오미 오사카(일본, 테니스), 디나 애셔 스미스(영국, 육상) 등의 스타들이 우리 눈을 사로잡고 다양하고 감동적인 경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경기를 보는 지구촌은 여전히 이 의문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가?”

◆무관중·전염병 속 자국민도 외면

현대 올림픽 역사를 보면 개최국 선정부터 논란이 시작한다. 치솟는 비용과 부패, 집단 무관심, 보이콧, 바이러스 또는 테러리즘에 대한 두려움 등이 이를 증폭시킨다. 그러나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가 개막식 계단을 오를 때 대게는 놀라운 마법이 일어난다. 부정적인 감정이 누그러지며 전 세계 수십억명이 17일간 열리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경기에 매료된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에 관한 한 역사가 반복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요구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올림픽을 두고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집단 보이콧을 주도했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가장 논란이 큰 대회”라고 평가했다.

이번 올림픽은 18개월간의 경제 위기 후에도 여전히 코로나19 비상사태로 마비된 도쿄에서 열린다. 도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00~1000명을 기록하며 최근 일주일 사이 확진자 증가 폭은 50%에 달한다. 신규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도쿄는 지난달 말에 감염 폭발(4단계)에 접어들었고 감염 확산 속도는 계속 커지고 있다. 각국 선수단이 본격적으로 일본에 입국하면서 대회와 관련된 이들이 감염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올림픽 선수와 관계자는 총 5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팬들은 물론 일본인 팬들도 경기장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선수들을 대중을 만날 기회도 없이 거품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전염병만이 문제는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도 잠재적 걱정거리로 자리 잡았다. 앞서 2018년 일본은 한 달 동안 41도에 오르는 폭염을 겪으며 관련 사망자가 138명이나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은 인기가 없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도쿄 인구 절반 이상이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도쿄올림픽 명예총재로 추대된 나루히토 일왕도 올림픽 개최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극히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쿄올림픽은 스폰서 기업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양상이다.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기업 대표들의 불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20일 교도통신은 전했다. 최고위 스폰서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NTT, NEC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일본 내 반대 여론이 강한 만큼 개회식에서 얼굴을 비쳤다가 기업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서다. 이에 앞으로 더 많은 기업 대표들이 불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약 8억 달러의 티켓 수익 손실만이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와 무관중 경기로 관광산업도 침체된 가운데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 대신은 지난주 “올림픽으로부터 전혀 어떤 영향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1964년 올림픽과의 비교는 고사하고 아베 전 총리 자신도 물러나는 등 이번 올림픽의 목표를 내수 진작에 두는 것은 더 이상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후쿠시마를 파괴한 원전 사고를 회복하고 심지어 세계가 코로나19에서 승리했다는 황당한 이번 올림픽 주제들도 이제 거의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세운 당위성들이 모두 무너진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제 그 어떤 (올림픽의) 목표도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이 명백히 실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림픽 강행의 정치적 배경

스가 내각이 이처럼 논란이 큰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은 계산된 정치적 도박이다. 이번 가을 총선이 예정된 만큼 스가 총리가 올림픽 흥행을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분석가 혼다 마사토시는 FT에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은 매우 중요한데, 그는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19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새 3%p 더 떨어지면서 31%로 추락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 비율은 42%에서 49%로 훌쩍 뛰었다. 지난 16일 지지통신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처음으로 29.3%까지 떨어졌다. 일본에선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면 사실상 국정수행 동력을 상실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혼다는 “그에게 있어 성공적인 게임은 오는 9월 집권 자민당의 총재로 자신(스가 총리)이 다시 선출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스가 총리가 올림픽을 계속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스가 총리에게 이번 올림픽은 더 이상 국가 부흥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생존’의 문제라고 평했다.

◆“볼트 같은 승리 3번은 나와야 반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는 도쿄 올림픽, 반전은 없을까.

일본 템플대 정치학 교수인 제스 킹스턴은 WP에 2008년 베이징에서 우사인 볼트가 남자 100m 달리기에서 초인간적인 승리를 거뒀던 것처럼 세계 최고의선수들이 올림픽 주최팀을 구원하고 ‘올림픽 마법’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지 측면에서 볼 때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미덕보다는 문제점을 보여주는 재앙이었다”며 이번 올림픽은 볼트와 같은 순간이 세 번은 있어야 세계에 이미지를 바로 잡고 주최 측이 전달하지 못한 영감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작년 11월 스가 총리를 만나 ▲유(有)관중 개최 ▲선수와 관중에 빠른 백신 접종 ▲올림픽을 인류가 바이러스를 이긴 증거로 실현 ▲성공적 대회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앞선 세 가지 약속은 이미 어그러진 가운데 다음 몇 주 동안은 ‘성공적 대회’라는 계획이 낙관적이었는지, 예언적이었는지, 아니면 전과 같이 그저 말뿐인 나쁜 농담인지 보여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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