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황승원 씨 등 인부 4명이 사망해 논란이 된 사건 현장. (연합)
이마트 질식사 대학생… 장례도 못 치러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어머니, 제게는 친구도 사치예요. 친구들을 만나면 돈을 써야 하거든요.”

‘돈’ 때문에 친구를 만나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했던 서울시립대생 황승원(22) 씨는 지난 4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황 씨는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에서 냉동기 유지·보수 일을 하다 인부 3명과 함께 숨졌다.

황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2009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지난 5월에 제대한 뒤 이틀 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변을 당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상대적으로 일이 고되고 위험한 업체에서 일했던 것이다.

그가 서울 중구에 살면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이마트에서 일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목돈이 필요하기에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을 택했던 것이다. 이 같은 황 씨의 사연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곧바로 온·오프라인 분향소를 개설하고 모금활동을 전개하는 등 고인에 대해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또 평소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친구가 적었던 것을 안타까워한 고인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작성했다.

황 씨에 대한 추모 열기는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돼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이번 이마트 질식사가 남의 일 같지 않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와 이마트 탄현점 측에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사과했다 보상 문제가 복잡해질 것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마트 측의 태도에 유가족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이마트 측은 책임을 회피한 채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며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 유족들과 함께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특히 대학생과 같이 자칫 근로 요건을 보호받기 어려운 근로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일용직이나 단기 알바의 경우, 사고 발생 회사 측은 직접적인 자기 회사 직원이 아니므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이 해결할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임금체불의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통장, 근로계약서 등과 같은 증빙자료를 챙겨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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