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은 등록금 벌기에 나섰지만 알바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연합)
등록금·알바 이중 전쟁 치르는 대학가
과외·구청 알바 경쟁 치열… PC방 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아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여름방학을 맞았지만 대학생들의 일과는 더 바빠졌다. 대학등록금 연간 1000만 원 시대가 되면서 대학생들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고액이다 보니 기본 투잡(two job)은 해야 하고 학자금 대출도 받는다. 그래도 안 되면 휴학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학비 마련에 애달픈 대학생들은 괜찮은 아르바이트(알바) 자리를 구하는 데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알바 구하기가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연세대 4학년생인 박모(23) 씨는 대학재단 4년 장학생이었지만 4년 내내 알바를 안 한 적이 없다. 어린 동생과 가족 살림하기에도 빠듯한 박 씨의 부모가 등록금을 마련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박 씨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면 학교 다니기를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며 “목돈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해낼 방법은 딱히 없어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학해 생활비가 따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교통비나 식비 통신비 교재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과외나 번역 일을 해야 했다. 박 씨는 교직 이수를 신청한 상태라 교직 학점을 따려면 추가 학기를 다녀야 한다.

추가 학기의 경우는 장학금 혜택에서 제외되지만 다행히 교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추가 학기에 해당되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박 씨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는 “사실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를 하고 싶지만 우리 집 형편에 비싼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다”면서 “성적 등록금은 등록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데다 치열해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장모(23) 씨도 줄곧 알바를 해왔다. 동생도 사립대를 다니다 보니 학비 부담이 적지 않아 장 씨는 과외를 하며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장 씨는 2~3년 전부터는 과외 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장 씨는 외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국제대에 다니고 있어 기존 학과의 2배인 한 학기 700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장 씨는 “등록금이 비싸다는 데 학생·학부모 말고도 모든 계층에서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거품이 안 빠져 부담이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 1학년생인 양모(20) 씨도 “대학 안 나오면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래도 등록금 비용이 저렴한 국립대에 들어갔다”며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마련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알바를 뛰다보니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학교 다니기 부담스럽다”고 푸념했다.

숙명여대 2학년생인 장모(21) 씨도 지방에서 올라와 등록금 외에도 자취비와 생활비 때문에 알바를 하지 않으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 씨는 그나마 1학년 때는 기숙사에 들어갔지만 기숙사는 1년 기준이기 때문에 지금은 자취를 하고 있다.

장 씨는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과외나 알바는 시급이 저렴해 사실 등록금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학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벌기 힘들다”고 염려했다.

전문대 이상 재학생이면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는 ‘구청 알바’도 자치구마다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문서정리 보조나 비교적 쉽고 편한 일을 할 수 있는 데다 공무원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최저임금을 가까스로 넘는 시급을 받는데도 지원자가 몰렸다.

대학생들이 손쉽게 했던 과외 알바도 전문 개인과외 교사들이 있어 상위권 대학생들도 일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이 편하거나 수당이 많아서 괜찮은 알바에 속하는 자리는 한정돼 있어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과 물가 때문에 점점 더 많은 대학생들이 생업 전선에 나서게 되자 당연히 알바 자리도 경쟁이 붙게 된 것이다.

또 편의점이나 PC방 알바처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알바도 방학에는 고교생부터 유학생까지 지원해 학기 중과 비교하면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모으려고 긴 시간을 빼앗기느니 학업에 열중하겠다는 대학생도 있었다. 이화여대 3학년인 이모 씨는 사립대에 다니는 동생과 고3인 동생이 있어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대기업 텔레마케팅 일을 했었다. 이 씨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사기를 당했다”며 “동생들도 있고 해서 차라리 성공하려면 학업에 열중하는 게 낫다고 보고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래도 인문대라 다행”이라며 “과도 맘대로 선택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외국어로만 진행하는 단대의 경우 한 학기당 등록금이 무려 800만 원가량이라고 했다.

그는 “등록금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며 “친구가 그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알바 2~3개를 뛰었지만 턱없이 모자라 대출을 받았다. 휴학을 고민하는 친구를 보면서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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