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측 “주민소환 하겠다”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이 여인국 과천시장을 주민소환하겠다고 밝히면서 과천시 안팎으로 잡음이 들끓고 있다.

여 시장이 지난 11일 보금자리 지구지정 보류를 국토부에 요청했다고 발표하자 13일 일부 주민이 주민소환을 선언한 것.

과천지역 아파트와 단독주택 주민들로 구성된 ‘보금자리 반대 과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전 과천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여인국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세우는 반대 논리는 ▲여인국 시장이 주민 의사를 묻지 않고 보금자리 지구지정을 수용한 점 ▲정부 계획대로 보금자리주택을 수용하면 안양 인덕원까지 국도 47호선 양쪽으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는 점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진다는 점 등이다.

앞서 여 시장은 이 같은 주민 반발이 터져 나오자 사업지구 지정을 유보해 줄 것을 국토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반대 주민 측은 ‘유보’가 아니라 ‘지정철회’를 주장했고, 결국 비대위는 주민소환 카드까지 꺼내며 강경 대응에 나서게 됐다. 보류 요청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게 비대위 측의 입장이다.

현재 과천시의 유권자는 5만 5000여 명이다. 따라서 주민소환투표 발의를 충족하려면 8100여 명이 청구를 해야 한다. 이후 주민소환투표에서 유권자의 3분의 1이상 투표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시장에 대한 해임이 가능하다.

현재 비대위 측은 여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은 물론 보금자리 지구 지정 폐기 소송, 위헌 소송까지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몇몇 과천시의회 의원들도 여 시장을 비난하면서 진통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황순식 부의장(진보신당)은 지난 13일 시정 질문을 통해 “보금자리 정책이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명분과는 달리 주거 빈곤층에게는 정작 높은 임대가격으로 인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보금자리 정책은 어떠한 시민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이 혼란을 누가 만들었나. 과천의 도시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진행된 정부와 과천시의 밀실 협상과 발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난의 화살이 여 시장에게 쏟아지면서, 한나라당에까지 불길이 옮겨붙는 양상이다. 이미 과천시 곳곳에 여 시장은 물론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경기 의왕·과천)을 비방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을 정도로 여권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여권이 세종시 수정안을 지켜내지 못 한 데다가 보금자리 주택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4.27 재보선 패배로 안 의원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책임론에 시달린 점과 ‘보온병 포탄’ 등 말실수로 각종 구설에 오른 점도 간접적인 공격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천시 일각에서는 “안 대표와 여 시장이 과천에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보금자리 정책에 찬성하는 과천시 주민도 연합체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찬성 측인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대책위원회는 “지난 40년간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 하며 피해를 감수하고 살아왔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비대위 측을 공격하고 있어 주민 간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 주민소환제 - 임기 중인 선출직 공직자를 유권자들의 투표에 의해 해임할 수 있는 제도로,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권을 주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독단적인 행정운영을 막을 수 있는 제재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 5월 24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로 2차례 실시된 바 있다. 2007년 12월 경기도 하남시에서 당시 김황식 하남시장이 지역 내에 화장장을 유치하기로 한 것이 문제가 돼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다. 2009년 8월에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당시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놓고 실시됐다. 두 번 모두 투표율이 미달돼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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