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최유라 기자]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종교계 내에서 강제개종교육 으로 인한 인권유린, 가정파탄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연재기획(5회) 세 번째로 불교, 개신교 강제 개종교육의 사례를 들어 개종교육의 폐단과 그 심각성을 알리고 타 종교인이 바라보는 개종교육의 문제점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개종 강요’ 화목하던 가정의 꿈 산산조각
불교 신자로 30여 년 신앙생활을 해오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한성원 씨는 하루아침에 그 행복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장모와 부인이 다니던 교회의 A목사가 한 씨에게 개신교로 개종하고 자신의 교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면서부터 화목하던 가정의 행복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장모는 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딸에게 한 씨와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A목사 또한 “당연히 이혼해야지”라며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을 못 마땅해 했다.

심지어 장모는 “너 같은 마귀한테…” 등 인격모독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A목사는 한 씨를 처음 만난 지난 2009년 자신에 대해 “건달생활을 오래 했다. 알콜중독으로 오래 살았으며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람”이라며 “한 번 정한 타켓은 목숨을 건다”면서 목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말을 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씨는 장모의 집요한 개종요구에 대해선 “개종을 강요하지 말라”고 분명한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장모는 딸과 한 씨가 재결합하는 것을 원한다며 개종을 전제로 한 개종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장모에 대해 “교회 외에는 전부 다 사이비고 이단이며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고 전했다. 또 “목사 이외의 성직자는 모두 정신병자며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만 구원이 있다”고 증언해 충격을 안겨줬다.

지금 한 씨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의 양육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장모가 가로막고 있는 상태다. 현재 한 씨의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심리검사를 담당한 의사는 “가정환경의 문제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아이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며 “무엇보다 아이의 주변 인물과 가정환경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는 “우리 사회는 종교·이념의 문제로 갈등이 많다. 종교의 강요는 간단한 문제로 보면 안 된다. (현실에서) 종교문화적인 갈등으로 불행이 많이 생긴다”면서 “반사회적이고 이단적 종교가 아니라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 강피연 회원들은 개종목사들의 저지른 불법을 지적하며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선 정부기관에서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천지일보(뉴스천지)

◆ 개신교 내 개종사례 ‘인권유린’ 문제 비화
개신교 내 개종사례는 더욱 심각하다. 같은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개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마치 자신의 교단에 속하지 않으면 모두 잘못된 곳으로 매도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제로 감금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개종교육은 인권유린 문제로까지 비화된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 회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개종목사의 사주를 받은 가족들에 의해 손발이 수갑에 채워지거나 몰래 수면제를 탄 음식을 먹게 되는 등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감금장소로 납치당한다. 문제는 이를 부추기는 개종목사가 가족들 뒤에서 말로써 이러한 상황을 조장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강피연은 “종교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 종교탄압적 행태인 강제개종교육의 실태를 만천하에 고발할 것”이라며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통해 설립된 모든 이단 상담소의 폐지 및 강제개종교육 목사들의 목사자격 박탈과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기총과 대부분의 개신교는 강제개종교육 피해자에 대해 전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거나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출상담·유산까지 손대게 한 개종사례비
강제개종교육 피해자인 정평화(24, 한동대) 씨는 지난 2010년 8월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원룸에 감금된 지 3일 만에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장로교 출신 목사인 정 씨의 아버지는 한동대 교목으로부터 “딸이 이단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단’으로 지목된 곳에 정 씨가 다닌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딸을 빼내기 위해 고민했다. 그러다 개종목사를 만났고 개종목사는 강제개종교육을 유도했다. 문제는 이 개종목사가 딸을 이단에서 빼내준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사례비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정평화 씨는 개종교육에 끌려가기 전에 아버지가 대출상담을 받고 있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또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탕진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당시 고모(아버지 여동생)가 장남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유산 소식을 묻자 아버지는 “좀 필요해서 썼다”는 대답을 했다고 전했다. 정 씨는 가족들 손에 붙잡혀 끌려간 개종교육 장소가 안산에 있는 상록교회 근처 원룸이었다고 증언했다.

정 씨는 “아버지께서 원룸 계약 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30만 원이라는 말을 하셨다”며 또 “‘평화야, 이제 1년 동안 여기서 가족이랑 같이 지내게 될 거야’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1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 씨는 개종교육 탈출 이후에도 아버지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개종교육을 또 할 수 있다”고 말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재 정 씨는 또다시 강제로 개종교육에 끌려갈 것이 두려워 올해 4월 이후 집을 떠나 따로 독립해서 살고 있다.

김명혁 목사는 개종교육에 대해 “개종을 강요하면 안 된다. 개종은 강요이기에 십자군 병사와 같아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화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개종교육=사회분열’ 종교의 역기능
문영석 종교학 박사 강남대학교 교수는 개신교 내 보수주의 목회자에 대해 “이들에겐 타 종교인들은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린 사람으로 인식돼 있어 반드시 개신교로 개종해야 할 대상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이면에는 오만한 독선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개신교계의 절대다수가 그렇다”면서 삐뚤어진 보수신학의 가치관에 대해일침을 가했다.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은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소속 개종목사의 범법행위에 대해 문 교수는 “한기총은 그냥 보수도 아닌 극단적인 보수단체다. 종교란 사회의 순기능을 통해 사회를 통합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개종교육은 순기능을 심각하게 저해시키는 역기능적인 행태로 사회분열의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종교법은 있다. 그러나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법적인 제재를 가한다고 변하지 않는다. 북한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겐 무용지물의 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해야 한다. 개종교육과 같은 종교의 역기능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선 이를 바라보는 국민적 계몽의식이 깨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문 교수는 “국민이 종교를 바로 보는 정신적 의식이 깨어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법으로 제재해야 종교를 빙자해서 사기 치는 사기꾼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면서 “이를 통해 종교의 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내창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는 강제개종교육에 대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파괴하는 폭력”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이를 개선하려는 교역자들은 개신교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통성을 주장하는 권력자들이 힘없는 자를 치기 위한 수단으로 이단.사이비를 운운한다”며 “열린 종교에선 이단이라는 게 성립되지 않는다. 표현 자체도 맞지 않는다”면서 종교 내에서 ‘이단’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