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 돌입한 가운데 법원이 16일 교회의 대면 예배를 일부 허용한 것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른 시설과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대면 예배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 확산 상황 속에서 이웃의 안전을 고려하면 대면 예배를 통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보수 개신교 목사와 교인들이 정부의 비대면 예배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엄포하면서 정부와 교회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20인 미만 대면 종교집회 가능”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심하보 목사 등 서울 내 7개 교회와 목사들이 대면 예배를 허용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전제로 종교시설의 전체 수용인원의 10%까지 대면 예배가 가능하도록 했다. 전체 수용인원의 10%가 19명 이상일 경우에는 19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을 낸 이유로 재판부는 형평성을 언급했다. 백화점, 예식장, 장례식장 등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되는 4단계 수칙 대부분 운영방식에 제한을 두거나 집합 인원의 상한을 정할 뿐, 현장 영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은 반면 종교행사의 경우만 전면 금지하는 식으로 가면 기본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천지일보
법원. ⓒ천지일보

다만 이전에 방역 수칙이나 집합 금지명령을 위반해 적발된 전력이 있는 종교 단체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은 대면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나 예수비전성결교회, 은평제일교회 등은 대면 예배를 할 수 없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서울시 관내 교회에만 해당된다. 거리두기 4단계가 내려진 경기도, 인천시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수원지방법원은 경기 지역 대면 예배와 관련해 17일 심문 기일을 진행한다.

대다수 시민 “부적절” 일부는 “형평성 고려도”

이날 천지일보와 인터뷰한 다수 시민은 거리두기 4단계에서 대면 예배가 부적절하다고 바라봤다.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김모(40, 남)씨는 “종교는 자유가 맞지만, 그 자유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안된다”며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만 믿음을 지키는 것이 되는가. 만인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경애(50, 여)씨는 “목회자들이 현장에서 헌금이 많이 걷히기 때문에 (대면 예배를) 포기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시국에서 대면 예배를 강조하고 심지어 강행하는 모습이 현명하게 보이진 않는다. 떼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나온 신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4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나온 신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여의도순복음교회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윤모(27, 여)씨는 “정부가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자는 것은 감염 경로를 조금이라도 줄여서 유행 기세를 꺾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본인들만 잘 지키면 된다는 생각은 안일해 보인다. 교회를 안다니는 일반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석 인원 수를 제한하는 방식의 대면 예배에 찬성하는 몇몇 시민도 찾아볼 수 있었다. 천주교인 임모(68, 남)씨는 “법원 판결에 공감이 간다”며 “정부가 백화점, 지하철 등 사람이 몰리는 시설은 제한 안하면서 교회에만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란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솔직히 대부분 교회들은 문제가 없고 일부 극단적인 종교인들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 이들만 자제해도 교회가 예배드리는데는 비난이 없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최모(51)씨도 “내가 보기엔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 식당 같은 곳이 더 감염 위험이 있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예배드려도 괜찮지 않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비대면 예배가 “마귀의 수작”?… 황당 주장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연일 1500명~16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에 대해 “이전 코로나19 유행 시에도 없었던 엄중한 상황”이라며 심각성을 강조하며 거리두기의 동참과 협조를 당부했다.

천주교, 불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교단체와 개신교회들은 방역지침에 맞춰 모든 행사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등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은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천안에서 예배 탄압 반대 초교파 연합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통성기도를 올리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 참석자의 모습도 보인다. (출처: 유튜브 안희환TV 캡처)
16일 천안에서 예배 탄압 반대 초교파 연합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통성기도를 올리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 참석자의 모습도 보인다. (출처: 유튜브 안희환TV 캡처)

정부 방역에 반발하는 목회자들은 16일 천안에 모여 ‘예배 탄압 반대 초교파 연합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 참석한 심하보 목사는 “예배를 포기하면 하나님이 지는 것”이라며 “벌금 내라면 내겠다. 예배를 포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예배를 못 드리게 하는 것은 사단 마귀의 장난이고 마귀의 사주를 받은 악한 공산당들이 하는 수작”이라는 다소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말도 쏟아졌다. 박모 목사는 “비대면 예배는 성경에 없는 얘기”라며 “사단이 만들어낸 조작이고 성도들을 이상하게 몰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규모가 향후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개신교계의 대면 예배 강행은 자칫 큰 피해를 낳을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혁명당 당대표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 전광훈 목사는 오는 8월 15일 수만명이 모이는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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