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P/뉴시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궁 앞에서 코로나19 봉쇄 해제 연기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궁 앞에서 코로나19 봉쇄 해제 연기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거의 모든 규제를 오는 19일 해제하기로 한 데 대해 국제적으로 전염병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긴급 회의을 열고 규제 해제는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며 백신에 내성을 지닌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뉴질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의 정부 고문들도 규제 해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과학자 1200명도 “영국 정부가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에 착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7월 19일 규제 완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국제의학 학술지 랜싯에 보냈다.

뉴질랜드 보건부의 코로나19 자문역인 아미클 베이커 오타고대 교수는 회의에서 영국의 코로나19 접근법에 경악했다며 “우리는 과학적 전문지식에 관한 한 항상 영국의 리더십을 기대해왔지만 (영국이) 기본적인 공중보건 원칙조차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자문위원인 호세 마틴-모레노 발렌시아대 교수도 “영국이 가진 과학적 지식에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규제 해제 접근법이 정치적 편의상 다른 곳에서도 모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임상운영연구실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나 패겔 교수는 “세계 여행 허브로서의 위치 때문에 영국에서 유행하는 어떤 변이라도 전 세계에 퍼질 것”이라며 “영국의 정책은 우리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해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와 서한은 전날 영국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가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입원이 3주 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 후에 발표된 것이다.

정부 수치에 따르면 영국의 신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사망자 수는 3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전날 하루 3786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입웠 했으며 63명이 코로나19 관련으로 숨졌다.

또한 이날 영국의 신규 감염자 수는 1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5만명을 돌파했으며 영국인 95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마지막 규제를 해제하기로 결정한 6월 중순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다.

영국 당국은 오는 19일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과 사적 모임 규모 제한 등 코로나19 관련 대부분의 규제를 해제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빠른 백신 접종으로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입원과 사망과의 연관성은 거의 깨졌다고 규제 해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인구는 53.3%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