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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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 사퇴 이후 17일 만이다. 그동안 대선 의지를 피력하며 사실상 정치행보를 해 왔지만,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소식은 전격적이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도 환영 행사까지 하며 최 전 원장을 반겼다. 여전히 정치권 안팎을 오가며 우왕좌왕 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 대한 반면교사의 성격이 강하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 전 원장을 큰 박수로 환영하는 것도 윤 전 총장에 어설픈 정치행보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일찌감치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참여 자체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단순한 호불호의 뜻이 아니었다.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다가 임기를 남긴 채 자신의 권력탐욕을 채우기 위해 검찰총장직을 사퇴해서 곧바로 대선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봤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짓밟는 행태에 다름 아니며, 앞으로 검찰의 정치권 수사를 누가 믿겠는가 하는 우려도 컸다. 게다가 아무리 ‘진영 정치’가 극대화 되고 있다손 치더라도 거기에 ‘정치검사’까지 끼어든다면 이건 민주정치의 진전이 아니라 민주정치의 ‘몰락’에 가깝다고 봤던 것이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은 국민적 상식과 검찰조직의 신뢰성, 그리고 민주정치의 미래를 걷어찬 채 기어코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빚어낼 ‘거대한 비극’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대목이다.

사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도 윤 전 총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이 사퇴 후 곧바로 대선에 나서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다. 감사원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성의 ‘상징’과도 같은 헌법기관이다. 그럼에도 그 수장이었던 사람이 집권세력과 몇 차례 충돌했다고 해서 그것을 정치적 밑천으로 삼아 헌법이 보장한 임기마저 버린 채 곧바로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이 또한 후진국 정치에서나 볼 수 있는 ‘막장급’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전 감사원장도 결국 대선 참여로 결론이 났다. 게다가 윤 전 총장보다 제1야당에 빨리 입당하는 정치적 민첩함도 보였다.

필자의 우려와 충고는 아쉽게도 정반대로 가고 말았다. 윤석열 전 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원장까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민주정치의 천금 같은 상식을 져버리고 도대체 무엇을 탐하려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인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대선 참여를 선언했다면 이제부터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선거정치의 영역에서 봐야 한다. 언제까지 그들의 대선 참여에 대한 ‘당위성’ 문제만 짚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책적 비전은 무엇인지, 누가 어떤 강점이나 약점이 있는지 그리고 선거정치의 라이벌 구도는 어떻게 형성될지 등을 놓고 분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현실정치를 다루는 정치평론의 운명이기도 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조기 입당은 선거정치의 영역에서 볼 때 당연하고도 명료하다.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정치권 주변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는 윤석열 전 총장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야권 지지층의 눈높이에도 맞다. 게다가 뭔가를 억지로 보여주기 위한 어설픈 이벤트나 뜬금없는 궤변도 없다. 윤 전 총장과는 격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리고 반듯하고 진중한 태도는 ‘보수의 가치’에도 부합한다.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어떻게 인물을 만들어 갈지, 또 최 전 원장 스스로 어떤 정치역량을 보여줄 지는 불투명하지만 최소한 윤 전 총장과는 ‘대비’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변수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덩달아 국민의힘이 주도할 대선 경선 레이스의 판도 커졌다. 국민의힘이 최 전 원장을 크게 환영하는 이유일 것이다.

최재형 전 원장의 정치행보는 무엇보다 윤석열 전 총장과 대비되는 모습에서 장단점이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이 자신의 ‘윤석열의 대체제’ 담론을 비판했지만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좀 다를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계속 헤매는 동안 최 전 원장과 끊임없이 대비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던 윤석열의 ‘반면교사’, 최 전 원장은 이런 시선을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그 어떤 정치인도 국민과 공감할 수 없다면 그걸로 접을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이 앞으로 8개월여 남았다. 굵고 강하고 명료한 언행은 대선주자의 자질로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마침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대체로 윤석열 전 총장의 하락세로 보인다. 일부 보도에서는 여야 양강구도에서도 윤 전 총장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물론 여론은 또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바로 이즈음에 최재형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는 대목이다. 윤석열의 아픈 대목을 최 전 원장이 제대로 짚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타이밍보다 자신의 정치역량과 정책적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런 것이 없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치적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 지명도 낮은 정치 신인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남지도 않은 대선 주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행스런 것은 최재형 전 원장의 경우 높은 도덕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보수세력의 정서로 볼 때 이는 엄청난 자산이다. 게다가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국민의 관심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은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감사원장을 맡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을 꿰뚫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이런 강점들이 결합할 경우 중도층까지 아우르면서 대선 본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최대 강점이다. 그렇다면 최 전 원장의 첫 정치행보는 어떨까. 윤석열의 그것과 비슷할까, 아니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래저래 야권의 대선 정치지형도 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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