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과 함께 조선 최고의 실학자로 꼽히는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을 남겼다. 이익은 이 책을 통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이야기를 새겨놓았다. <성호사설>은 3000여 꼭지의 글이 엮인 것으로 그 내용이 방대하고, 문학·정치·사회·경제·외교·교육·무기·전쟁·지리·여성·음식 등 그 대상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저자는 <성호, 세상을 논하다>를 통해 이익이 꿈꿨던 세상과, 깊이 고민했던 문제들을 오늘날 시점에서 재조명한다. 이익은 특히 <성호사설>의 인사문 편을 통해 조선 신분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열두 사람(본인과 가족) 중에 조그만 흠이 있다 해도, 어찌 문벌을 가지고 저 유능함을 덮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은 귀족사회가 된 지 오래다. 소수의 기득권자가 국가 소유를 독점하는 사회가 됐다”며 현대 사회를 비판한다.

성호는 또한 ‘도둑을 잡고 벼슬을 받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요즘 인구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 백성들은 경작할 땅이 부족하건만, 널찍한 들판이 텅 빈 채 버려져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것은 도둑들이 백성의 재산을 빼앗기에 백성이 그 땅에 흩어져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백성들이 ‘도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당대 현실을 직시한다. 곧, 몸이 얼고 굶주리면 윤리와 도덕, 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 법을 순식간에 뛰어넘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그리하여 굶주림은 범죄를 정당화한다. 정치하는 사람이 욕심 없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해서, 인격적이고 도덕적 존재라고 해서 그의 임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치를 하는 자라면 백성에게 생업, 요즘으로 치면 안정된 직업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는 곧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와 맞닿는다. 그렇다면 도둑은 어떻게 해야 사라질 것인가. 성호는 그 방법을 ‘논어’ <자로>에 나오는 “백성을 번성하게 한 뒤에는 부유하게 만들어주고, 부유해진 뒤에는 가르친다”는 말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명관 지음 / 자음과모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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