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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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0대 회사원이 퇴근길에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절친의 여자 친구가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고민을 하던 이 직장인은 그냥 혼자만 알고 있던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알렸다.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고민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털어놓았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이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친구 여친의 귀에 들어갔다. 이에 여자 친구는 회사원을 경찰에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편을 들어주었을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성매매는 법으로 금지됐는데 법을 어긴 사람에 대해서 관련한 정보를 공개한 것이 왜 죄가 되는가. 흔히 통념으로 옳아 보인다.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매매 종사 관련 사실을 알린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봤다. 또한, 지난 7월 12일, 다른 사례에서는 여자 친구가 성매매한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린 행위도 법원은 명예훼손으로 판단했다. 불법 행위를 했다고 해서 그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최근 배우 한예슬이 자신의 남자친구 신상을 들춰낸 한 유튜브 채널 진행자를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유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호스트바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점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법원 판결을 볼 때 유죄일 것이다. 명예 훼손에 이어 하나 더 추가한다면,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겠다. 자의적 판단의 위험성이 항상 제기되지만 제3자에게 사실의 적시를 통해 모욕을 줬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유튜버는 이렇게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일이 그동안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의 명분은 간단했다. 사람들이 연예인이나 스타들의 사생활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좋지 않은 행실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아마도 그는 연예인이나 스타의 위선과 이중성을 폭로하는 것이 정의사회의 구현이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정말 자기 생각일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연예인이나 스타들은 공인이기 때문에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인(公人)이 아니다. 공인은 공적인 업무를 봐야 하고 그에 관한 대가 즉 급여를 국민의 세금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연예인이나 스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 대가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그들의 사생활을 공무원의 일상을 공유하듯이 보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니 공무원의 사생활은 그렇게 보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인지 자본이 있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약점 잡기와 다름이 아니다. 그들은 그런 약점을 드러내는데 꼼짝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셀럽들은 무엇보다 사적 경제에서 주로 활동하는 즉 시장 경제 속에서 존립 기반을 갖는다. 개인의 사생활을 들어 공적 영역이 아니라 사적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못하면 시장 교란이나 조작이 될 수 있다. 설령 자신의 활동 기반을 잃어버릴 만큼 그들이 정말 잘못했을까. 그것은 형벌의 비례성의 원칙과 맞아야 한다. 이제 연예인이나 스타들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21세기는 다른 이들이 할 수 없는 가치 실현이나 제공에 따라서 대가를 부여받는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나름의 희소성적 가치에 따른다. 옛날처럼 인위적인 조작이나 물량 공세의 마케팅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팬들은 팬심으로 그들의 취향과 선택 판단을 셀럽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즉, 누군가가 폭로를 한다고 해서 그 팬심이 흔들릴 수 없다. 오로지 흔들리는 것은 이미지에 따라 흔들리는 얄팍한 상술들만이 흔들릴 뿐이다. 변화된 모바일 문화 속에서 잘못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부르는 행위들이 이제 법의 심판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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