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생활의례문화원 이송자 원장 인터뷰

이송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한국불교는 17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불교는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호국불교의 정신으로 분연히 일어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섰고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불교의 관혼상제 의례는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의 전통문화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그러나 조선조 숭유억불정책으로 유교의 의례가 현대까지 이어져 오면서 지금은 불자까지도 불교식 관혼상제 의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유교의 관혼상제 의례를 치르거나 서양예절을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조계종 중앙신도회에서는 잊혀져가는 불교생활의례를 복원해 우리의 전통문화로서 제자리를 확고히 찾고자 하는 시대적인 사명감으로 지난 2009년 11월 불교생활의례문화원을 개원했다.

개원 초기 문화원은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익보다는 문화원을 이용해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일부 운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문화원의 역할과 중요성을 정확히 꿰뚫어 본 사람이 있었다. 황무지와도 같은 문화원에 과감하게 뛰어든 이송자 원장을 만나 그의 신앙이야기와 문화원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남편따라 접한 불교

이송자 원장은 경북 봉화의 시골마을, 전통적인 유교집안에서 자랐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봉화를 떠나 본 일이 없는 순박한 시골처녀였다. 그는 집안 어른들은 물론 종가댁 맏며느리인 어머니로부터 가정교육을 철저히 받고 자랐다. 그러다 그는 전통적인 불교집안에서 성장한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그의 친정어머니는 개신교인이었지만 딸이 불교집안으로 시집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출가외인이니 시댁의 법도를 잘 따라야 한다고 당부를 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당부를 순리로 생각했고 시댁의 모든 법도를 잘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원장의 시댁은 고려 때 문신인 백운거사 이규보(1168~1241) 선생의 후손이며, 큰스님들이 나온 독실한 불교집안이었다. 결혼 전 남편은 이 원장을 도선사로 데리고 가서 절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주지스님께 삼배를 하게 하는 등 불교식 예법을 가르쳐줬다.

이 원장의 남편은 결혼 첫해 부처님오신날 그를 군 법당에 데리고 갔다. 그는 불교에 대해 잘 몰랐지만 열심히 남편을 따라 절에 다니며 사찰의 예법을 배워나갔다. 이 원장은 차츰차츰 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들과 불사도 같이 하고 봉사도 함께 다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불교가 그의 생활중심이 됐다.

교리공부로 기복신앙 고쳐

이 원장은 자신이 기복신앙에 치우쳐 있는 신행생활을 했었음을 인정했다. 그런 그가 불교교리를열심히 공부하게 된 계기는 보문회 회장직을 맡으면서다.

보문회는 탄허불교문화재단 부설 단체로 각 사찰의 신도회장 또는 사회적으로 저명한 불자들이 주된 회원으로 구성된 여성불자 단체였다. 그는 회장직을 못하겠다고 3년간 버티다가 결국 수락했다고 한다.

“저는 당시 보문회 회장이었던 박명혜 회장님에게 왜 제가 보문회 회장이 돼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박 회장님이 ‘당신은 첫째, 위ㆍ아래를 알아본다. 둘째, 겉으로 볼 때는 순하게 보이지만 추진력과 박력이 있다. 셋째, 돈을 쓸줄 안다’고 말해 회장을 맡게 됐어요.” 그는 “선배회원들이 나를 예뻐해 줬고 무슨 일을 계획하면 잘 따라줬다”면서 보문회 회장 6년을 하면서 회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 원장은 보문회장이 되면서 무언가 답답함에 사로잡혔었다고 한다. 불심이 깊고 불교교리 공부를 많이 한 회원들을 이끌려니 걱정이 앞선 것이었다. 법문을 듣거나 염불을 해도 뭔가를 제대로 알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불교능인대학을 시작으로 동국대사회교육원 불교전문과정, 동국대 불교대학, 스님재교육 등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는 공부하는 동안 큰스님들이 법좌에 앉을 때 후광이 비치는 것도 목격했으며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정진하면 저런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용인 법륜사를 창건한 상륜스님(1929~2007)의 원력에 크게 감동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상륜스님은 중국에 직접 가서 백두산 나무를 가져와 용인 법륜사 불사를 했다. 또한 지장재일에 올리는 제물을 온갖 정성을 다해 진설하는 모습을 보고 큰 원력을 느꼈다”며 “나도 공부 열심히 하면 스님 근처에까지는 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면서 그 생각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스님들께서 전해주신 ‘모든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법문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고 그것을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또한 그는 “내 위치를 잘 지키고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게 불교”라며 “내가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라디오 채널이 맞춰져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우주법계에 충만한 관세음보살과 나의 정성이 일치돼 소원하는 일이 성취된다”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강조했다.

▲  이송자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화계사에서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 가정 추석 합동차례에서 송편을 빚고 있는 이송자 원장(오른쪽, 사진제공:불교생활의례문화원)

예절교육으로 준비된 문화원장

이 원장은 문화원 창립 멤버는 아니지만 문화원이 설립된 얘기를 듣고는 내가 가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한다. 그는 “나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을 했지만 임원으로서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것 같다”며 “신도회 부회장보다는 문화원에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와 문화원의 만남은 필연처럼 보인다.

그는 마치 자신이 문화원 원장이 될 것을 예견이나 한 듯하다.

그는 문화교양학을 공부했고 명현문화재단에서 다도를 4년간 배웠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례원 1급 자격증과 국가공인 예절실천지도사 자격증도 있다. 또 어려서부터 집안 어른들로부터 예절교육을 철저히 받아 이 원장 같은 이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가 원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해 9월경이다. 그는 원장에 취임하자마자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바로 작년 10월 봉은사에 거행된 스리랑카ㆍ네팔ㆍ몽골 등 이주노동자 16쌍 합동결혼식에서다. 행사에 대한 평가가 좋았고 자신이 그런 행사에 일조한 것에 대해 가슴 뿌듯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이주근로자 위한 천도재, 보람된 일

문화원 원장으로서 보람됐던 일을 묻자 그는 “지난 3월 연천 섬유공장 화재로 목숨을 잃은 방글라데시 이주근로자 아프사라만 씨의 천도재를 동두천 네팔법당에서 지내준 일”이라며 “이 일을 통해 고인의 영혼을 위로해 준 것과 그 가족들이 한국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보람된 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지난 6월 개최된 ‘제1회 조계종포교원장배 이주민 배구 큰잔치’를 문화원이 마하이주민센터와 함께 성공적으로 치러 참가자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일은 매우 보람된 일로 기억하고 있다.

또한 생활의례봉사단이 염불봉사를 나갔을 때 유가족들로부터 ‘염불이 장엄하다. 고맙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송자제1회 조계종 포교원장배 이주민 배구 큰 잔치 배구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는 이송자 원장(사진제공:불교생활의례문화원)
◆불교문화의 자긍심 고취시킬 것

원장으로서 안타까운 점에 대해 그는 “문화원은 아직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으며 교육실조차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문화원이 하는 일과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한다면 불교계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해주고 있는 사무국장과 교육주임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문화원의 비전에 대해 이 원장은 “문화원은 우리정신문화 속에 불교생활의례를 저변확대 시켜 찬연한 불교문화를 다시 복원하고 이를 통해 전통문화를 확립할 것이며 나아가 불자들로 하여금 불교문화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불교생활의례를 통한 공동체의식을 되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가공인 예절실천지도사를 양성하는 과정을 개설해 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조계종 종립 초ㆍ중ㆍ고등학교에 파견해 예절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또 불교 상장례지도사를 양성해 불교의 관혼상제의례를 보급하는 데 힘쓰며, 조계종 교구 본ㆍ말사에 생활의례봉사단을 구성해 형편이 어려운 불자들의 관혼상제 의례를 도와줄 생각도 있다. 이 외에도 예비신랑ㆍ신부 교육, 연우장례ㆍ연우웨딩의 사회적 기업설립 등 많은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문화원이 계획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문화원을 독립된 법인으로 만들고 문화원만의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은 생각이다. 그가 계획한 모든 일들이 원만성취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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