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희망 버스 경찰과 충돌··· 부산 영도구 일대 ‘아비규환’
9000명 시위대 새벽까지 대치··· “잠 못자겠다”주민 불편 호소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폭우가 쏟아진 지난 9일 오후 7시경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 9000여 명이 모였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의원을 응원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다.
190대 버스를 타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민주당·민주노동당 대표들과 함께 ‘2차 희망의 버스 촛불문화제’를 함께했다.
2시간가량 행사를 마친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영도구 봉래동까지(약 3.6㎞) 가두 행진을 펼쳤다. 출퇴근 시간대 9000여 명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일대에 버스와 승용차가 정체되는 등 부산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이렇게 희망버스 참가자 대부분 인원이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부근으로 모여든 시간은 약 11시 30분.
행진이 멈췄다. 경찰이 조선소 앞 300m 지점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양옆의 빈 곳까지 전경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주민이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게 경찰은 비켜라.”
폴리스 라인 앞에선 시위대 외침이 거세졌다. 차벽 오른쪽 빈 공간에 선 전경을 뚫기 위해 시위대가 진입을 시도하는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시위대가 전경의 방패를 들어 올리려고 하거나 전경을 끌어내자며 장비를 잡아당겼다.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기 시작했고 시위대는 우산을 펼쳐 막았다.
시위대와 경찰의 강경 대치로 인근 주민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됐다. 폴리스 라인과 인접한 한 상가의 여주인은 겁에 질려 일찍이 셔터를 내리고 문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주인의 남편이 다가와 “집기가 다 훼손됐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외치자 시위대로부터 우산 세례가 날아왔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문에 기대선 주인의 손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옷이 찢어져 어깨가 드러났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된 영도구 봉래동. 결국 주민들은 불쾌한 표정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한 주민은 “1차 희망버스 때보다 심하다. 희망 시위라면서 주민들 잠도 못 자게 방해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2시간가량 시위대와 경찰의 힘겨루기는 계속됐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불법 집회를 멈추고 해산해 주십시오.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경찰의 경고 방송에 시위대는 야유를 보내며 차벽에 벽돌과 물병을 던졌다.
10일 새벽 2시 40분.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과 물대포가 쏟아졌다. 주최 측으로부터 이정희 대표가 최루액을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문자가 왔다.
2차 희망버스 참가자 홍성지(47, 충남 당진 당진읍) 씨는 “공권력이 과도하게 투입돼 평화시위를 막고 있다. 길을 열어주면 평화적으로 해결될 일인데도 경찰이 사태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수차례 해산 명령을 했지만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채증 자료를 분석해 연행된 42명을 엄중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2일 경찰은 집시법위반 및 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50명을 연행, 4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8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에 희망버스 추진단은 “곧 3차 희망버스를 준비해 돌아오겠다”며 다시 집회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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