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동유럽은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서유럽이나 북유럽, 남유럽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권이 형성돼 있다. 특히 종교와 문화적으로 서유럽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이 책은 이 같은 동유럽의 역사와 인물별 테마 기행을 들여다보면서 동유럽인들의 삶 속에 내포된 문화와 철학을 더듬어간다.

특히 유럽 역사에서 다소 소외받아왔던 동유럽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전반부에는 ‘동유럽 들여다보기’ ‘동유럽의 종교와 민족주의’ ‘동유럽의 역사’ 등과 같이 총론적인 의미에서 동유럽 역사의 맥을 짚는다. 후반부에는 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세르비아·루마니아·불가리아를 각 나라별로 자세히 살펴본다.

어떤 지역의 특성을 알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특징을 살펴보는 게 먼저라고 할 수 있는데, 책도 이 부분을 우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대 이대로 여러 민족들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동유럽은 유럽·러시아·소아시아 등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로마시대 이후로는 동로마(비잔틴 제국)와 이슬람 제국 간, 합스부르크 제국과 터키 간, 러시아와 터키 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러시아 간, 이외에도 토착세력들 간의 영토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져왔다.

이 같은 영토 싸움은 결국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미국과 서유럽 진영의 러시아를 향한 완충지대 및 이해 영역 확대의 역할을 동유럽이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책은 동유럽 문화적 민족주의의 전개 상황을 기술한다. 특히 책은 이 부분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동유럽의 민족주의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기술한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

동유럽의 민족주의적 형태는 자신들과 비슷한 집단들에 대한 귀속성을 중시하는 것, 즉 ‘우리’와 ‘그들’을 서로 나눠 자신들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발현된다. 이와 더불어 동유럽에서는 민족과 국가의 분리가 언제든지 가능하며, 국가란 단지 민족들을 연결해 주는 중간자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 결과 아직까지도 동유럽에선 국가권력이 중앙정부에 쏠리지 못 하고, 오히려 분산되는 면이 많다.

또한 여러 민족이 혼합된 동유럽 국가의 경우, 다수 민족 집단의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이 빈번하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적 경향이 서로 편을 가르고, 다른 민족들을 박해하려는 일부 선동 정치가나 민족주의자들의 등장을 낳는 배경이 됐다”고 진단한다.

김철민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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