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이경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여자 쇼트트랙에서 두 대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의 또 다른 신기원을 연 전이경. 알베르빌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은 500m와 여자계주만 메달이 걸려 있었다.

전이경은 김소희와 함께 500m에 출전했으나 8강에서 떨어졌고, 여자계주는 예선에서 한 선수가 넘어지면서 역시 메달은 실패한 채 귀국해야만 했다.

이를 자극제로 삼아 전이경은 더욱 훈련을 거듭했고, 2년 뒤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도 1000m가 추가되면서 전이경에게 기회가 왔다.

전이경은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지구력이 능했기 때문에 메달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당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했다.

대회 개막이 임박했을 때에도 전이경은 발목 부상이 낫지 않았지만 당시 전명규 감독이 고심 끝에 출전 선수 명단에 전이경의 이름을 적어내면서 한국은 전혀 생각지 못한 스타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발목이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자 계주에 출전한 전이경은 김소희, 원혜경, 김윤미와 팀을 이뤄 중국을 따돌리고 여자 종목 사상 첫 금을 신고했다. 며칠 뒤 전이경은 1000m에 출전해 금을 노렸다.

유력한 후보는 전년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의 나탈리 램버트였다. 전이경은 3위 안에만 드는 것을 목표로 출전했으나, 결승전에서 램버트의 뒤를 바짝 붙어 달리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그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관왕에 올랐다.

이후 전이경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다. 1995년부터 3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거둔 것. 이 같은 기세를 바탕으로 전이경은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 출전해 금빛 사냥에 나섰다.

당시 중국에는 양양A가 199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이경에 밀려 2위를 했던 것에 대한 설욕을 벼르고 있었다. 쇼트트랙 경기 첫날 여자 계주에서 전이경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후반까지 중국에 이어 2위로 달리다가 두 바퀴를 남기고 추월에 성공한 뒤 그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이경의 3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500m에선 동메달을 추가한 전이경은 주 종목인 1000m에 출전해 재차 금메달을 노렸다. 근데 양양A의 컨디션이 만만치 않았다.

양양A는 준준결승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더니 준결승에선 전이경을 제치고 1위로 결승에 올라 박빙의 승부를 예상케 했다.

결승전은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었다. 한국은 전이경과 원혜경이, 중국은 양양A와 양양S가 레이스를 펼쳤다. 전이경은 맨 뒤에서 견제를 했고, 원혜경은 양양S를 추격하며 2위로 달렸다.

그러나 중반 이후 원혜경이 양양A에게도 추월당해 중국선수가 나란히 1, 2위를 달리면서 앞으로 치고 나갈 공간을 막아 버렸다.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가 날 때까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순간 전이경이 양양S를 앞질렀다.

하지만 양양A는 여전히 따라잡지 못했다. 결승점을 남기고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역전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전이경이 절묘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었고, 순간적으로 발을 내밀어 넘어지면서 먼저 통과한 것이다.

양양A는 급한 마음에 전이경의 팔을 잡은 탓에 실격돼 여전히 전이경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픔을 당했다. 결국 전이경은 두 대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한 뒤 이듬해인 1999년 허리를 다쳐 스케이트를 벗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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