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 지구촌은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재(人災)와 천재(天災) 할 것 없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재난과 재앙은 마치 공포영화가 현실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다.

항만사고 항공기사고 기름유출 원전유출사고, 인종 간 종파 간 나라 간 전쟁, 독재와 맞서는 유혈사태 등 인재가 있는가 하면, 태풍 폭우 지진 화산폭발 등 천재지변은 연일 공포와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겨우 재난의 시작일 뿐 앞으로 더 큰 재앙이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도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구촌의 재난과 재앙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온 세계의 경제까지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서도 화려했던 서구의 문명과 문화는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려는가, 인재 천재의 지변에서 시작해 경제재앙까지 도미노가 되어 전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그리스에 이어 유럽 제3위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던 이탈리아마저 유럽연합의 구제가 어려울 정도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목이 곧던 미국과 일본의 사정은 어찌 보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재난과 재앙에 이어 삶의 기본인 경제가 위협당하고 나아가 나라의 흥망성쇠에 직간접 영향을 받는 아주 위태로운 지경에 세계는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끝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허무맹랑하고 거짓되고 왜곡된 이 세상을 정리하고 새롭게 판을 짜 보자는 섭리 가운데 있어지는 새로운 질서구축을 향한 과정이라 봐야 옳을 것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의 징조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사실은 오랜 전부터 나타나고 있었으나 우리가 미련해서 깨닫지 못했을 뿐 ‘서기동래(西氣東來)’의 예고(豫告)대로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고유한 것이 참으로 많은 민족이다. 그러나 외세 때문이랄까 우리 부덕의 소치랄까 그 고귀하고 자랑스러운 유업을 우리부터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한 때는 고귀한 유무형의 유산을 인정하지도 지키지도 못하는 미련하고 한심한 민족이 되기도 했었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에게 이어져 내려왔던 모든 것들은 그저 우리 것이라기보다, 이 땅은 지구촌을 위해 특별히 우리에게 하늘이 내리고 허락한 ‘하늘의 보고(寶庫)’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알고 깨달았을 때 비로소 하늘도 함께한다는 진리 또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 젊은이들의 ‘케이 팝’은 바로 문화의 메카라고 자부하던 파리를 중심으로 한 전 유럽을 강타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춰져 낯설기만 했던 한민족의 문화가 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케이 팝이 한순간에 와 닿았던 이유가 과연 뭘까. 우리의 정서와 음률이 곧 인류가 갈망해 왔었던 것이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클래식의 대명사로 알려진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음악가 5명이 무더기로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대중문화를 넘어 ‘클래식 한류’를 예고하는 아주 중요한 문화의 전환점을 알리는 사건이다. 물론 이번 콩쿠르 입상은 몇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은 더 이상 클래식의 불모지가 아니라는 점과, 지금까지 클래식이라 하면 외국 유학생에 의존했던 패배적 편협적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낙관적 기대를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쾌거는 온 국민과 국가로부터의 지지기반을 둔 성과가 아닌 한 독지가의 개인적 열망에 의해 영재교육에서부터 15년 동안 노력해 얻은 결과라는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문화의 뿌리엔 바로 우리의 정서와 숨결이 깃든 우리의 클래식이 있다는 사실을 이 기회에 알았으면 한다. 진정한 한류음악은 바로 이 클래식임을 꼬집고 싶은 것이다.

이제 정리해 보자면 우리 대통령의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지구촌이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유독 이 나라만 찾아온 재앙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세계와 함께하는 의연한 빛의 나라로 우뚝 서 있음을 느끼고 발견해야 한다. 곧 ‘평창(平昌)’의 선물이 이에 대한 증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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