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해결 위한 정부·국회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참여연대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 2021.7.5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해결 위한 정부·국회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참여연대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 2021.7.5

‘쿠팡 아이템위너’ 지적 나와

“판매자·소비자 불이익 될 것”

전문가, 쿠팡에 ESG 경영 촉구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쿠팡 사태를 보는 시각이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합니다. (여러 편리한 서비스가) 뻔히 독점을 위해서 추진되고 있고 언젠가는 모두에게 불이익이 될 것인데 현재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니까, 싸고 좋으니까 아무도 목소리를 안 내지 않나 싶습니다.”

‘물류센터 화재’ ‘새우튀김 갑질’ 등 이른바 ‘쿠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서치원 변호사가 한 말이다. 쿠팡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결국에는 언젠간 좋은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고 모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당장의 좋은 것 때문에 쿠팡을 감싸기만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5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혁신인가? 착취인가? 쿠팡 사태 해결 위한 정부·국회 역할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호현 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플랫폼은 중소 사업자들에 대해 시장 지배적지위를 가지게 됐다”며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새로운 규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템위너’로 인한 판매자·소비자들의 피해사례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게 된 온라인 플랫폼인 쿠팡이 아이템위너 제도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이템위너란 같은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다수인 경우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를 대표 상품판매자로 소비자에게 단독 노출 시켜줘 아이템위너가 되면 사실상 독점적인 판매 권한을 부여받는 승자독식 시스템이다. 상품 검색 시 아이템위너만 노출되고 다른 판매자는 다른 판매자 보기라는 별도의 버튼을 눌러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아이템위너가 되면 기존 판매자가 올린 대표 상품 이미지와 고객 문의 및 후기 등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공정경쟁이 아니라 사실상 판매자 간 출혈경쟁을 유도한다. 빼앗긴 상품 이미지와 후기 별점을 되찾아 오려면 다시 아이템위너로 선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광고비 경쟁 중심의 불공정 판매 구조를 해결하고자 가격과 배송 고객 응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할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하는 아이템위너 제도를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에 접수된 피해사례에 따르면 쿠팡의 검색 노출 알고리즘은 공개된 바 없으며 ‘최저가’라는 조건이 절대적이라는 사례들만이 확인되고 있다.

이 아이템위너 제도가 비판받는 이유는 자신의 상점의 상표, 물건, 포장, 마케팅 등 다른 상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에 아무리 노력해서 투자해도 ‘최저가’가 아니라면 밀려나게 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건의 질은 떨어지게 되고 아이템위너가 되기 위해 편법을 쓰는 업체들이 늘어나 기존 판매자와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가이기만 하면 기존에 있는 상품의 리뷰를 독차지하게 되니, 리뷰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사진과 다르거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물건을 받게 된다. 그런데 질 떨어지는 상품을 판매한 업체도 잘못이지만 쿠팡이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권 변호사는 “아이템위너 제도는 판매자들을 최저가 출혈 경쟁으로 내몰고 그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이 제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제도인 동시에 기만적 행위로 타 오픈마켓 고객을 유인한다”고 비판했다.

판매자들의 노력으로 더 많은 최저가 상품이 쿠팡에 들어올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쿠팡을 찾는다. 하지만 판매자들은 쿠팡 내에서 노력으로 확보한 자신의 사진, 리뷰 후기 등에 대한 답변, 구매 수 등 상점의 권리를 쿠팡에 빼앗기게 된다. 심지어 이는 계약관계가 종료돼 특정 판매자가 더 이상 쿠팡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에도 계속된다.

또한 쿠팡은 판매자들의 노력으로 쌓이는 소비자들의 시기, 지역, 연령, 성별, 상품 수요에 관한 빅데이터를 배타적으로 독점한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통해 쿠팡은 이른바 시기별로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판매 로켓배송 등을 하거나 제휴 등을 통해 직접 제조해 자사 상품을 판매한다. 심지어 자사 상품 로켓 배송 상품은 소비자의 상품 검색 결과에 더 자주, 더 많이 노출된다.

권 변호사는 “이렇게 쿠팡은 판매자들의 피땀으로 상품의 수요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소비자를 끌어모은 후 가장 영업이익이 높은 상품들은 직접 매입하거나 제조해 판매하고 그렇지 않은 상품들만 입점한 중소 판매자들에게 남겨두는 오픈마켓이 돼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의 판매자 착취가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아이템위너 제도 데이터 독점 때문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근거는 바로 판매자의 지적재산권 데이터를 모두 쿠팡에 귀속시키는 약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쿠팡의 정보 독점으로 인한 문제는 쿠팡의 자회사 배달플랫폼인 ‘쿠팡이츠’에서도 지적됐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배달 플랫폼은 다면 시장의 중개자로 소비자 정보와 판매자 정보를 둘 다 가지고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 간 발생하는 상권 특성, 소비자 선호품목, 업종, 시간, 요일, 지역별 매출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독점하고 이를 통해 강력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들의 거래 의존도와 예속 관계가 심화하고 이는 곧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며 “이용자의 연락처, 주소 등 일정 정보를 상품 또는 용역 제공자에 제공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는 만큼 쿠팡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앞서 단기간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며 스타트업의 롤모델이 될 정도로 ‘혁신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쿠팡은 최근 그 민낯이 드러났다.

빠른 일처리와 배송에만 집중된 노동 환경으로 많은 노동자를 고통 속에 몰아넣었고 물류센터에 최대한 물건들을 많이 쌓아올려 화재 사고, 코로나19 집단 감염 등의 위험성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노동자 휴대전화·개인물품 강제 수거와 안일 대응으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키웠고 이후 사과나 해명 없이 김범석 창업자의 의장직과 등기이사직 사임까지 진행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 환경, 불합리한 고용 구조, 아이템위너로 인한 판매자·소비자 피해, 쿠팡이츠의 불공정한 중개자 역할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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