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는 120%로 유럽에서 채무총액이 가장 높다. 반면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0.25%)을 보이는 등 성장은 정체됐다. 특히 앞으로 돌아올 5년간 만기 채무가 9000억 유로로 정부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0bp(basis point,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나 수익률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기본단위) 상승한 5.71%까지 급등했다. 이는 2001년 6월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급등은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라는 데 대한 투자들의 불안감과 이탈리아 정치권 내부에서 긴축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견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스탠다드앤푸어스(S&P)·무디스 등의 신용평가사들은 “고질적인 경제 성장 정체와 취약한 경쟁력 문제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지도부는 이날 긴급 회동을 가졌다. EU 재무장관들이 구제기금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등 그리스발(發) 재정 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선 것이다.

룩셈부르크 총리인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경제규모가 큰 국가로 확산되고 있는 부채위기를 막기 위해 구제기금을 유연하게 하는 방안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국제유가도 이탈리아의 재정 불안 및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 등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로 하락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