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29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주변에 쿠팡의 사죄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1.6.29
[천지일보 이천=남승우 기자] 29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주변에 쿠팡의 사죄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1.6.29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네이버에 이은 거래액 22조원(2020년 기준) 규모의 국내 쇼핑몰 2위. 국내 이커머스 최초 나스닥 상장. 2010년 설립돼 10여년 만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쿠팡 얘기다.

이런 쿠팡의 현재 상황이 심상치 않다. 환난을 넘어 위기다. 아예 쿠팡을 소비하지 말자는 불매운동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날 만큼 큰 공분을 사고 있다. ‘물류센터 화재’ ‘새우튀김 갑질’ 등의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내부 시스템의 결함과 ‘직원들을 향한 무관심’이라는 쿠팡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지난달 17일 발생한 사고인데 해당 물류센터는 지난 2월 소방시설 점검에서 277건의 지적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가 인재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로 김동식 구조대장은 목숨을 잃었다. 고귀한 생명까지 앗아간 이번 화재를 놓고 쿠팡은 사과 대신 김범석 창업자의 의장직과 등기이사직 사임을 발표했다. 이 같은 액션에 여론은 들끓었다.

쿠팡의 이런 태도가 이번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류센터 노동자의 사망, 코로나19 집단감염 등 사고가 계속됐지만 쿠팡은 관련해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화재로 인한 불매운동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이번엔 쿠팡의 자회사 ‘쿠팡이츠’에서도 갑질 사건이 터졌다. 일명 ‘새우튀김 갑질’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5월 한 블랙컨슈머의 갑질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쿠팡의 문제는 또 드러났다. 쿠팡 측이 상황 파악 대신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점주에게 관철하려한 정황이 드러난 것. 이 때문에 쿠팡이 점주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데 일조했다며 여론은 또다시 분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팡이츠의 ‘노동권 침해’ 논란도 있었다. 올해 상반기 쿠팡의 계열사 쿠팡이츠 지원센터에서 개명한 배달파트너스의 이름 정보를 변경해주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하지 못했던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반복된 쿠팡의 환난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시스템의 문제를 뛰어넘어 쿠팡의 구성원을 향한 ‘무관심’이다. 쿠팡이 구성원의 안전에 무관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난 2월 소방점검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즉각 개선했을 것이다. 쿠팡을 함께 키워가고 있는 점주에게 무관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고객의 말과 함께 그의 입장도 충분히 들어봤을 터이다. 그랬다면 적어도 두 명의 생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쿠팡만 빼고 모두가 이 문제를 다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여론 역시 이런 쿠팡의 ‘무관심’과 시스템의 부재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이 썩은 나무는 언젠가는 죽게 된다. 외형을 멋지게 키워낸 만큼 이젠 내면도 멋지게 가꾸는 쿠팡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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